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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전병·떡 나누며 담소/통일음악회 북한대표 서울 첫 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성단장 만찬장서 이장관과 대화/『고향의 봄』등 연주로 분위기 돋워
○…8일 오후6시20분쯤 쉐라톤 워커힐호텔의 성단장 방에서 황단장과 담소를 나누며 만찬장으로 떠날 채비를 하던 북측 임원단은 북측 연락관이 가져온 중앙일보 8일자 신문 5면 박갑동씨 회상기 마지막회분을 보고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 성단장은 『손이 떨려서 못 읽겠다』며 크게 흥분,만찬장행을 한때 거절.
황단장이 『항의는 항의고 행사에는 참석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설득하는데도 막무가내이던 성단장은 연락관이 어딘가 다녀온뒤 참석키로 결정.
한 소식통은 북측 임원중 한명이 숙소가 아닌 국제전화 부스에서 외국으로 전화한뒤 태도가 바뀌었다고 전언.
한편 우리측 초청인사들은 칵테일 파티장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번 음악회의 의의와 전망을 논하다가 평양 민족음악단 일행의 도착이 예정보다 한시간이나 늦어지자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
○…만찬장 입구에는 이어령 문화부장관 내외와 성경린·김소희·박동진씨 등 국악인들이 서서 평양 민족음악단 일행을 맞았다.
성동춘단장은 조경희 예술의 전당 이사장의 인도로 만찬장 뒤편에 마련된 칵테일 상에서 이장관과 함께 밀전병과 떡 등을 나누며 잠시 인사말을 교환.
평양 민족음악단 일행은 각자 손에 이번 음악회의 공연프로그램을 들고와 함께 자리한 우리측 문화계 인사들에게 나눠주고 연주곡에 대해 설명.
이들은 18개의 테이블에 각각 2,3명씩 나눠앉아 우리측 인사들과 어울렸다.
이날 만찬에는 조세형·손주항(평민),권해옥의원(민자),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여석기 문화예술진흥원장 등 각계인사 2백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정회장은 『고향사람들을 만나 무엇보다 기쁘다』며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금강산 개발계획을 적극 홍보하기도.
○…이날 만찬이 열린 하이야트호텔은 현관입구부터 만찬장까지 붉은색 카핏으로 통로가 꾸며졌으며 만찬장 앞에는 무대가 설치돼 KBS 실내악단(지휘 김강섭)이 「고향의 봄」 「보리밭」 등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성동춘 북한측 단장은 이날 낮12시40분쯤 프레스센터에 도착한 직후 1백여 내외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표한 도착성명을 통해 『참으로 요즘 평양과 서울은 북과 남을 오고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바래워주며 일찍이 류래를 찾아볼수 없는 통일의 열기에 휩싸여 있다』면서 『이같은 과정을 통해 평양과 서울이 한결 가깝게 느껴지고 통일의 날도 그만큼 가까워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단장은 또 『베를린 3자 실무회의에 참가했던 남측대표 연행소식을 듣고 일시 남행길을 주저했으나 이번 대회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의 무대이기 때문에 조건없이 참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성단장은 『북측의 공연내용은 주체음악예술의 다채로운 종목들로 구성되었다』고 소개하고 『이 대회가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바라는 온겨레의 염원에 맞게 훌륭한 결실을 맺도록 할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북한측 공연단은 8일 낮12시8분 성동춘 북측단장과 황병기 우리측단장이 같이 탄 그랜저승용차를 선두로 숙소인 워커힐호텔에 도착했다.
북측 공연단이 도착한 워커힐호텔 정문앞에는 서울여상 취타대 97명이 전통복장을 하고 『아리랑』 『도라지』 등 민요를 메들리로 연주,북측 공연단을 환영했다.
북측 일행은 워커힐호텔 조병소 영업이사 등 호텔간부들의 안내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승강기 편으로 객실로 올가가 짐을 풀었다.
북한측 일행은 대부분 회색계통의 외투를 입었으며 남자단원들은 대부분 중절모를,여자단원들은 판문점에서 건네받은 꽃다발을 들고 객실로 향했다.
북측 공연단원들은 우리측 기자들이 묻는 공연내용·소감 등에 대해서는 『천천히 대화를 나누자』며 답변을 회피했고 대부분의 단원들은 오랜 여행탓인지 약간 피로한 모습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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