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포함’ 기준 바꾸니 소득 0.7% 감소→0.4%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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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 조작’ 논란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드러난 감사 결과 외에 조사 방식 변경, 표본 비중 조정 등 방식으로 통계를 ‘마사지’했다는 의혹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왔다.

17일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과 주요 경제부처에 따르면 2021년 5월 당시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가 대표적이다. 가계동향조사는 가구당 소득·지출을 파악해 각종 경제·사회 정책을 만드는 데 쓰는 국가 핵심 통계 중 하나다. 통계청은 당시 조사에서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같은 기간 436만8000원에서 438만4000원으로 0.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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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수치는 해당 분기부터 새롭게 1인 가구를 조사 대상에 포함하면서 나온 결과다. 기존 2인 이상 비(非)농림어가 기준으로 따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에서 532만원으로 0.7% 줄었다. 당시 통계청은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지난해 30%를 넘는 등 달라진 현실을 반영했다”며 “전문가 심의를 거쳐 기준을 바꿨다”고 해명했다.

해당 조사에선 빈부격차 수준을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도 6.89에서 6.30으로 1년 전보다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기존 기준(5.61→5.20)보다 개선 폭이 더 크다. 역시 1인 가구를 새롭게 조사 대상에 포함한 결과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앞서 2019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당시 표본 집단을 임의로 바꿨다는 의혹도 있다. 기존에는 전국 1인 이상 소득분포 표본에서 ‘월소득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 비중이 32.9%였다. 하지만 변경한 뒤 표본 집단에서는 저소득층 비중이 7.1%포인트 낮아진 25.8%였다. 반대로 ‘월 소득 1000만원 이상’ 고소득층 비중은 기존 4.9%에서 1.1%포인트 늘어난 6%였다. 표본에서 저소득층 비중을 크게 줄이고, 중산층·고소득층 비중은 늘리는 식으로 통계 원자료를 ‘마사지’해 소득 불평등을 개선한 효과를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통계청은 평균소득을 높이기 위해 2017년 2분기부터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 소득에 가중치를 부여하기도 했다. 통계 조사를 할 때 모든 표본을 조사하는 건 불가능하다. 가중값을 두는 건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도록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다만 특정 집단이 비정상적으로 큰 가중값을 가질 경우 통계 결과가 왜곡된다.

통계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시계열 비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같은 기준을 놓고 과거 시점과 비교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는 과정이다. 해당 시기에 갑작스럽게 조사 기준을 바꾸면서 통계의 연속적인 비교가 어려워졌다. 유경준 의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 부분만 적시했는데, 더 큰 문제는 분배 상황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통계를 개편해 시계열을 단절시키거나 표본을 바꾼 것”이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이런 통계자료를 공표 전 미리 받아봤다. 통계법 27조 2항은 통계 자료를 공표 전에 제공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문 정부 인사들은 ‘통계기관이 신규 통계나 기존 통계를 변경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할 때 (통계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사전 통계 제공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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