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에도 17일째 단식을 이어갔다. 의료진이 건강 악화를 우려해 입원을 권고한 상황에서도 이 대표가 단식 의지를 꺾지 않자 당 지도부는 ‘출구 전략’ 마련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야당 대표로선 사실상 최장 기간 단식 기록을 갖게 됐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신민당 총재 시절 23일간 단식을 했지만 8일간의 자택 농성 이후 병원에 입원해 링거를 맞으며 보낸 기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전두환 정부 당시 신민당의 총재였던 YS는 1983년 5월 18일 ‘단식에 즈음하여’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직선제 개헌 등 민주화 5개 항을 요구하며 서울 상도동 자택에서 단식에 시작했다. 단식 8일 차인 5월 25일 전두환 정부는 YS를 서울대병원으로 강제 이송했다. 여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의 권익현 사무총장은 입원 사흘째부터 사흘 연속으로 병상을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 YS는 윤보선 전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 등 원로들의 권유를 받고서야 6월 9일 단식을 중단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990년 10월 8일 내각제 반대와 지방자치제 실현을 요구하며 13일간의 단식 투쟁을 벌였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결과가 나오자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민주정의당, YS의 통일민주당, 김종필(JP)의 신민주공화당이 3당 합당을 통해 1990년 1월 민주자유당을 창당했고, 평민당은 소수 야당으로 전락했던 때였다.
당시 민자당의 대표였던 YS는 단식 4일째인 10월 11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있는 평민당사를 찾아 DJ와 면담했다. DJ는 평민당 의원들이 10월 15일 의원총회에서 동조단식을 결의하고 나서야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후송됐다. 첫날 소속 의원 30여명이 참여한 단식농성은 다음날 40여명으로 늘어났다. 같은해 10월 20일 여야가 지방자치제 순차 도입에 합의하면서 DJ는 13일만에 단식을 풀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시절인 2014년 8월 19일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했다. 당시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46일 만에 건강 악화로 단식을 중단하자 문 전 대통령도 10일 만인 8월 28일 단식을 멈췄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선 YS처럼 병원에 입원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지난 14일과 15일 이틀 연속으로 국회 본청 앞 단식장 인근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일어나며 국회 안전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 대표와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가까운 사이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14일 MBC 라디오에 나와 “(대표실 직원들에게) 전문 의사의 소견을 받아 병원에 입원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왔다”고 말했다.
15일엔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 원로들이 이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동할 때 지팡이를 짚는 등 몸 상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들이 떠난 후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천준호 의원은 ‘공복 혈당 수치가 매우 낮아지는 등 전체적인 신체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돼 입원을 권고한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전하면서 “많은 분이 단식 중단을 요청하고 있으나 이 대표는 단식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매우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