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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범벅 '식후탕' 한다고?…핫한 탕후루, 10대에겐 더 위험

중앙일보

입력

탕후루. 연합뉴스

탕후루. 연합뉴스

최근 청소년 등 젊은층 사이 탕후루 열풍을 두고 과도한 당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탕후루는 딸기·샤인머스켓 등 여러 과일을 꼬치에 끼워 설탕과 물엿을 입힌 중국식 간식을 말한다.

지금은 ‘탕친민국’? 탕후루 가게 70%는 올해 개업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2023년 31~36주차) 냉동·간편 조리 식품 분야 10대 인기 검색어 1·2위는 아이스(얼음) 탕후루와 탕후루로 확인됐다. 10·20대 활동량이 많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탕친민국(탕후루에 미친 대한민국)’ ‘식후탕(밥 먹고 탕후루)’과 같은 신조어도 등장했다.

15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탕후루 가게. 사진 채혜선 기자

15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탕후루 가게. 사진 채혜선 기자

관련 가게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특허청에 등록된 탕후루 관련 상표는 187개다. 이 가운데 70%(131개)가 7~9월 출원됐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가게 이름에 탕후루가 들어가는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을 검색했더니 전국에 있는 탕후루 관련 가게 1178곳 중 78%(926곳)는 올해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용객 증가에 따라 식품 안전 관리를 위한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탕후루 업소가 늘며 이들에 대한 가을 행락철 위생 집중점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탕후루가 큰 인기를 끌면서 설탕 섭취를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임모씨는 “최근 집 앞에 탕후루 가게가 생겼는데 아이가 매일 줄 서서 탕후루를 사 먹는다. 너무 달아 자주 먹어도 되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맘 카페 등에는 “전 국민 당뇨병 만들기 프로젝트 같다” 아이들이 탕후루를 최대한 늦게 알았으면 좋겠다” “학교 앞에 생겨선 안 된다” 등과 같은 글이 잇따른다. 경기 성남시 한 탕후루 전문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A씨는 “호기심에 사 먹었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은 단맛에 빠져 한 번 먹고 가게를 계속 방문한다”고 전했다.

10대 사이에서는 ‘마라탕후루(마라탕+탕후루)’와 같은 유행어도 퍼지고 있다. 식사한 뒤 후식 개념으로 탕후루를 먹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 대한비만학회 심포지엄에서는 “후식으로 탕후루를 즐기는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과도한 당 섭취는 주의해야”

요즘 인기라는 귤 탕후루와 샤인머스켓 탕후루. 사진 채혜선 기자

요즘 인기라는 귤 탕후루와 샤인머스켓 탕후루. 사진 채혜선 기자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탕후루 1개에는 보통 설탕 10∼25g이 들어간다. 탕후루 하나만 먹어도 하루 권장 당 섭취량(50g)의 절반을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에 당류를 25g 미만으로 먹으라고 권고한다.

“한 캔당 당류 38g이 들어간 사이다나 마카롱 등 다른 단 제품을 봤을 때 탕후루가 당류 함량이 크게 높은 것은 아니다”라는 게 업계 주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당 섭취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입맛이 결정되는 아동·청소년 때 단맛에 자주 노출된다면 여기에 길들여져 성인기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 가급적 단 식품 섭취는 줄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당은 순간적으로 혈당을 올리기 때문에 당 섭취가 많이 반복되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면서 당뇨 등 여러 질병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오 교수 얘기다.

일부 업체가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쓴 ‘제로 탕후루’를 판매하고 있지만, 이 역시 완벽한 대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허정연 가천대길병원 영양팀장은 “인공감미료는 장기간 사용한 게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며 “탕후루에 대한 정확한 영양 정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섭취 횟수나 양을 조정해 먹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탕후루를 만들다가 화상을 입는 환자도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탕후루를 만들 때 가열된 설탕, 시럽은 온도가 높고 점성이 있어 면장갑·고무장갑 등을 착용해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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