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6만5000원으로 지하철과 버스·따릉이(자전거)를 포함한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정책이 경기도와 인천시의 반발로 발표 직후부터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11일 발표한 새 교통카드는 독일에서 대중교통 활성화 효과가 나타난 ‘49유로 티켓(D-Ticket)’에 착안했다. “서울시민 50만 명이 한 사람당 연간 34만원 이상의 할인 혜택을 얻고 연간 3만2000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는 취지를 탓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인천시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정책을 발표하는 바람에 혼란을 자초했다.
서울시 발표가 나오자마자 경기도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의 발표는 경기·인천 등 인접 지자체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고 발끈했다. 심지어 오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인 유정복 시장의 인천시에서도 곧바로 유감 입장이 나왔다. 인천시는 “수도권 교통 문제는 인천·서울·경기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인근 지역의 반발로 ‘반쪽 정책’ 우려가 커지자 오 시장은 그제 CBS 인터뷰에서 “인천시와 경기도의 의지와 능력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유 시장에게 화살을 돌린 셈이다. 사전 협의 부족에 대해선 “(발표 예정일보다) 일주일 이상 여유를 두고 알렸는데 인천 쪽 출입하는 언론사에서 기사를 써서 앞당겨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오 시장 설명을 고려해도 김 지사, 유 시장과의 논의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기도와 인천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가 141만 명(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이르는 현실에서 서울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교통 혁신은 인접 지역과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가 내년 7월 도입할 예정인 대중교통 K패스(이용요금 20~53% 할인)와의 중복 문제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세 사람은 지난 7월에도 만나 광역교통망 확충과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사용 문제를 논의했다. 2600만 수도권 주민의 현안을 해소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정치권이 극심한 대립으로 치닫는 가운데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수도권 단체장들의 정책 협력이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파장이 큰 교통 정책을 전격 발표해 갈등을 촉발한 만큼 오 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경기도와 인천 주민 역시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인천시와 경기도의 능력 문제”라며 떠넘길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