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7일 경기 수원시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6일 황금연휴'가 된 올해 추석이 전력 수급엔 고민거리가 됐다. 다만 여름철 고민과는 반대다. 기업 휴무 등에 따른 수요 감소, 태양광 발전 확대로 전력 '공급'이 넘칠 거란 우려가 나와서다. 이처럼 전력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나는 가을철에 맞춘 정부의 전국 단위 전력 수급 대책이 처음으로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전력망 혁신 전담반(태스크포스) 3차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그동안 단기 전력수급 대책은 냉난방 수요가 많은 여름·겨울의 공급 부족에 맞춰 이뤄졌다. 하지만 태양광 설비가 빠르게 늘면서 봄·가을 '저수요 고발전' 문제가 새로 대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속에 전국의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2020년 말 17.5GW에서 지난 6월 말 27GW로 늘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계절별 태양광 발전량은 '봄-가을-여름-겨울' 순이지만, 전력 소비량은 '겨울-여름-봄-가을' 순으로 정반대다.
그래서 산업부는 올봄에 최초로 태양광 설비 등이 밀집한 호남·경남을 중심으로 특별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가을도 긴 추석 연휴, 태양광 설비 증가 등으로 역대 최저 수요(32GW)가 나타날 전망이다. 지난 4월 30일 기록한 최저 수요 39.5GW보다 내려간 수치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급 과잉에 따른 전력 불안정을 막기 위해 전국적인 가을철 계통 안정화 대책을 처음 들고 나왔다. 전력 생산이 넘치면 송전망 과부하 등으로 이어지고 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15일까지인 여름 전력수급대책이 끝나자마자 가을 특별 대책을 적용하게 됐다. 최대 수요를 관리하다가 최저 수요를 관리하는 것으로 며칠 만에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건물 옥상 태양광 발전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책 기간은 9월 23일~11월 5일로 추석 연휴도 포함된다. 전력 공급 과잉이 나타나기 전 선제적으로 안정화 조치를 최대한 실시하고, 필요시 재생에너지 설비 등의 출력을 제어한다는 목표다.
우선 출력제어가 어려운 원전은 계획예방정비 일정을 조정했다. 한빛 2호기·한울 6호기는 전력 수요가 적은 추석 연휴 중 정비에 들어가 운전을 멈추기로 했다. 또한 태양광 설비의 인버터 성능 개선 사업, 기업 수요를 조절하는 DR 프로그램 추가 확보 등도 진행됐다.
그래도 전력 공급이 넘치면 석탄·LNG(액화천연가스) 등 발전량 조절이 용이한 발전원부터 최대한 줄인다. 그 후 원전과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의 경직성 발전원 출력을 제어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봄 문제 됐던 태양광 발전 인버터 문제가 여전한 데다 전국 단위로 공급 과잉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돼 모든 발전기의 출력을 줄여 부담을 나누는 쪽으로 정리했다. 이제는 전력 추가를 위한 예비력이 아니라 낮출 수 있는 예비력을 갖추는 시스템으로 진입한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발전 증가 속도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이후 봄·가을 전력 공급 과잉 문제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4계절 내내 전력 수급 대책을 챙겨야 하는 '뉴노멀'이 자리 잡을 거란 분석이다. 유승훈 교수는 "내년 봄엔 최저 수요가 29GW까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배터리 저장량을 늘리는 것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태양광 등의 출력 제어를 불가피하게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