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뜨는 그곳 '뛰는 CCTV' 켜진다…경기남부 접수한 동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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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동기 범죄 재발방지를 위한 민·관·경 합동순찰 등 특별치안활동에 참여한 달리기 동호회 수원러닝크루(SRC) 크루장 박병진(34·왼쪽) 수원남부경찰서 112상황실 관리팀 경위와 김해인(29) 회원. SRC 동호회원 43명은 31일 달리면서 지역의 치안 위험 요소를 돌아보는 '폴리스 러닝'에 참여했다. SRC는 2021년 3월 결성된 뒤 2년여 만에 180명 회원을 모은 수원 최대 달리기 동호회다. 손성배 기자

이상동기 범죄 재발방지를 위한 민·관·경 합동순찰 등 특별치안활동에 참여한 달리기 동호회 수원러닝크루(SRC) 크루장 박병진(34·왼쪽) 수원남부경찰서 112상황실 관리팀 경위와 김해인(29) 회원. SRC 동호회원 43명은 31일 달리면서 지역의 치안 위험 요소를 돌아보는 '폴리스 러닝'에 참여했다. SRC는 2021년 3월 결성된 뒤 2년여 만에 180명 회원을 모은 수원 최대 달리기 동호회다. 손성배 기자

'인계박스'.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수원시청 뒷골목의 0.33㎢ 박스 모양의 구역. 나이트·클럽(7곳)과 유흥업소(89곳)가 밀집한 이곳은 전국 최대 우범지역이다.

수원남부서 인계지구대가 처리한 112 신고 건수는 지난해 2만1114건으로 경기남부경찰청 산하 254개 지구대·파출소 평균 신고 건수(7978건)의 2.7배에 육박한다. 지난달에는 이 지역 조직폭력배와 격투기 선수 출신 유튜버가 빚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30일 오후 8시30분 호객꾼이 뒤엉키고, 조직폭력배 출몰이 잦은 이 거리를 운동과 러닝화로 무장한 40여명의 2040 직장인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러닝 동호회 수원러닝크루(SRC)다. 달리는 루트만큼 눈길을 끈 건 군데군데 섞인 경찰 체육복 차림의 ‘회원’들이었다.

“경찰과 러닝을 합쳐 ‘폴리스런’이라고 합니다.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면서 어두운 뒷골목을 지키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습니다.” 이날 러닝에 참여한 SRC 회원 김해인(29)씨는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 때문에 흉흉한 이 시대에 내가 사는 지역만큼이라도 함께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순찰과 취미인 러닝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폴리스런은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SRC 회원 외에도 수원남부경찰서, 인계지구대 생활안전협의회, 인계동 자율방범대 등 40여 명이 참여해 인계박스와 수도권 전철 수인·분당선 수원시청역, 수원청소년문화공원 등으로 나뉘어 걷거나 달리면서 합동 순찰을 벌였다.

합동 순찰에서 주된 역할을 한 SRC는 지난 2021년 3월7일 달리기로 건강을 되찾자는 목적으로 결성된 민간 동호회다. 1975년생부터 2003년생까지 수원시에 거주하거나 수원시에 직장을 둔 시민 180여명이 크루(crew)로 활동한다. 동호회를 결성을 주도한 ‘크루장’은 수원남부경찰서 112상황실 관리팀 소속 박병진(34) 경위. 회원 중엔 순경부터 경감까지 30명이 넘는 경찰관이 포함돼 있다. 미국·영국·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도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이들이 달리는 날엔 수원 전역에 ‘움직이는 CCTV’가 켜지는 셈이다. 

지난 6월29일 수원러닝크루(SRC)가 수원 팔달구 인계동 유흥가 밀집지역과 청소년문화공원 일대를 달리는 민관경 합동 순찰 '폴리스 러닝' 활동을 하고 있다. 폴리스 러닝은 경기남부경찰청이 추진하는 '안전한 경기도 만들기'의 일환으로 인계지구대는 자체적으로 '우리동네 안심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장규 인계지구대장은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듣고 협력단체와 협업해 러닝이라는 건강한 문화 속에 보다 나은 수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남부경찰서

지난 6월29일 수원러닝크루(SRC)가 수원 팔달구 인계동 유흥가 밀집지역과 청소년문화공원 일대를 달리는 민관경 합동 순찰 '폴리스 러닝' 활동을 하고 있다. 폴리스 러닝은 경기남부경찰청이 추진하는 '안전한 경기도 만들기'의 일환으로 인계지구대는 자체적으로 '우리동네 안심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장규 인계지구대장은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듣고 협력단체와 협업해 러닝이라는 건강한 문화 속에 보다 나은 수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남부경찰서

SRC와 경찰·수원시가 협력하는 민·관·경 합동 폴리스런은 지난 6월29일 시작됐다. 생활안전협의회와 자율방범대 같은 관변 단체가 아닌 순수 민간 동아리가 지역 치안활동을 거드는 건 보기드문 일이다. 박병진 경위는 “회원들과 경찰관이 함께 달리면 일반 시민의 시각에서 범죄 취약지역과 치안 사각지대를 재발견할 수 있게 된다”며 “보다 안전한 수원시를 만들자는 데 한마음이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함께 달린 SRC 총무 조동호(39·삼성전자 근무)씨는 “일부 젊은이들이 살인을 예고하는 위험한 발언을 하고 실제로 범죄까지 저지르는 일이 이어지는 상황에 회원들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며 “지켜보며 불안해만 하기보다 함께 달리며 어두운 곳에 건강한 빛을 비추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과 김종보 수원남부경찰서장이 31일 수원 팔달구 인계 박스 도보 순찰 도중 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민관경 합동 도보·러닝 순찰엔 수원러닝크루(SRC) 회원 40명과 인계지구대 생활안전협의회 회원 11명, 인계동 자율방범대 10명, 인계동행정복지센터 공무원 9명 등 총 93명이 참여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과 김종보 수원남부경찰서장이 31일 수원 팔달구 인계 박스 도보 순찰 도중 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민관경 합동 도보·러닝 순찰엔 수원러닝크루(SRC) 회원 40명과 인계지구대 생활안전협의회 회원 11명, 인계동 자율방범대 10명, 인계동행정복지센터 공무원 9명 등 총 93명이 참여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식사나 유흥을 위해 인계 박스를 찾은 시민과 상인들도 이들의 뜀박질을 반기는 분위기다. 맥주점을 운영하는 김진호(27)씨는 “인계박스는 취객들 때문에 상인들도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지역”이라며 “어머니들과 경찰관, 젊은 사람들이 같이 줄 지어 다니니까 분위기가 안정되고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폴리스런에는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도 참여했다. 홍 청장은 “사회와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들의 범죄가 이어져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는 국면에 청년들이 치안 현장에 함께 해줘 감사할 따름”이라며 “분명한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수 동국대학교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경찰이 시민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며 “순찰도 순찰이지만 이 활동에서 형성된 경찰과 시민의 유대감 자체도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이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1일 오후 8시30분 경기남부 최대 유흥가인 인계 박스 합동 순찰을 앞두고 수원러닝크루(SRC) 회원 40여명과 인계지구대 생활안전협의회, 인계동 자율방범대원들이 수원 권선동 올림픽공원에 모여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지휘부는 수원·안양·광주·성남권 내 지하철역 등 다중밀집지역에서 협력단체 등과 함께 민관경 합동순찰을 지속할 예정이다. 경기남부경찰청

31일 오후 8시30분 경기남부 최대 유흥가인 인계 박스 합동 순찰을 앞두고 수원러닝크루(SRC) 회원 40여명과 인계지구대 생활안전협의회, 인계동 자율방범대원들이 수원 권선동 올림픽공원에 모여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지휘부는 수원·안양·광주·성남권 내 지하철역 등 다중밀집지역에서 협력단체 등과 함께 민관경 합동순찰을 지속할 예정이다. 경기남부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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