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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장병들에 "하녀·어우동 분장 해달라"…지역축제 황당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9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강원도 인제군 한 부대에서 지역 축제에 부당하게 동원될 처지에 놓였다는 글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캡처

지난 29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강원도 인제군 한 부대에서 지역 축제에 부당하게 동원될 처지에 놓였다는 글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캡처

인제군 한 지역 축제에서 육군의 지원을 요청하며 장병들에게 왕·하녀·어우동 등으로 분장해 ‘포토존’ 업무를 수행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자신을 “인제군에서 군 생활하고 있는 육군 간부”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 29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글을 올리고 “피에로 역할을 맡게 될 간부들의 인권을 부디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A씨가 속한 부대는 오는 2일 인제군 마의태자 축제를 앞두고 인제군 상남면으로부터 간부 50명이 필요하다는 협조 요청을 받았다.

A씨가 첨부한 엑셀 이미지에 따르면 상남면 측이 요청한 업무 분장은 크게 안전 관리, 주변 정렬, 움직이는 포토존으로 나뉘었다. A씨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50명 중 약 40명이 일종의 가장행렬 담당인 ‘움직이는 포토존’ 업무를 요청받았다는 점이었다.

간부들 40여명은 장군, 왕, 어우동 등 역할에 따라 의상을 입고 포토존을 운영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협조 요청에서 이들은 약 1km를 행진한 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교대로 행사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움직이는 포토존’ 업무를 수행하게 돼 있었다.

A씨는 “안전 통제, 교통 통제 등은 이해할 수 있으나 첨부된 사진을 보면 분장 후 움직이는 포토존으로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야 하는 피에로 역할”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관할 지자체 예산으로 알바를 고용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은데 개인의 초상권과 인권이 무시되는 처사인 것 같다”며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내시, 하녀, 신하, 어우동 역할을 맡는 게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함에 있어 필요한 대민지원인가”라고 물었다.

A씨는 “현재 부대에서는 간부 50명을 지원해 주라고 해서 인원을 편성 중”이라고 알렸다.

인제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군부대와 상생하자는 의미에서 요청한 일이었다”며 “불편함을 느낀 분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 프로그램 수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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