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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물가 위기…한은 "해수면 1도 오르면 식료품값 5~7% 뛴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한 쌀가게 모습. 지난달 인도가 쌀 수출을 금지하는 등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최근 국제 쌀 가격은 12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A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한 쌀가게 모습. 지난달 인도가 쌀 수출을 금지하는 등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최근 국제 쌀 가격은 12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AP=연합뉴스

해수면 온도가 예년 대비 1도 올라갈 때마다 국제 식량 가격은 평균 1~2년의 시차를 두고 5~7% 오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국제 식량 가격은 국내 가공식품 가격에 11개월, 외식 물가에 8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을 끼치는데, 국제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기간엔 이 시차가 최대 2개월(가공식품 기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8일 ‘국내외 식료품 물가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엘니뇨 등 이상기후가 국제 식량 가격의 가장 큰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주요 곡물 산지에 닥칠 기상이변으로 인해 농산물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전 세계에 이상기후를 몰고 올 수 있다.

지난 5월부터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0.5도 이상 높아진 가운데, 올 하반기엔 1.5도 이상 높아지는 강한 엘니뇨가 발생해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엘니뇨 영향권에 들어 극심한 가뭄이나 호우 피해를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커피 원두), 태국(쌀), 인도(쌀·사탕수수), 호주(밀) 등의 주요 농산물 생산량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인도는 이미 일부 품종에 대한 쌀 수출을 금지하고 찐쌀에 수출관세 20%를 부과하는 한편 7년 만에 설탕 수출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은 한국 물가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이 2021년 기준 20.9%로 쌀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한은은 “가공식품 등 식료품과 외식 물가의 경우 하방 경직성과 지속성이 높고 체감물가와의 연관성도 높아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향후 국내 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차 가공품을 원재료로 하는 축산물과 의약품 가격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파급 범위도 넓다. 실제로 과거 엘니뇨 기간에 1차 가공품인 팜유 가격은 30% 넘게 치솟았고, 팜유가 쓰이는 화장품·세제 등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식료품 가격, 이미 치솟았는데…기후요인에 또 ‘흔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식료품 가격은 이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1월을 100으로 놓고 소비자물가지수를 계산하면 지난달 지수는 111.11인데,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만 떼서 보면 119.8로 전체 지수를 크게 웃돈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을 따져 봐도 식료품 물가상승률(7월 3.4%)이 전체 상승률(7월 2.3%)을 상회하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식료품(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추이. 자료 한국은행

한국의 식료품(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추이. 자료 한국은행

한은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초기 집밥 수요가 늘어 농·축·수산물 지출이 늘어난 데다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 등 기상여건이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지난해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한 것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봤다. 해외 사정도 비슷하다. 유로 지역에선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2배 이상 오른 수준을 보이고, 영국에선 지난 3월 식료품 물가가 19.2% 올라 4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과 유로 지역의 경우 식량 수출 제한이나 이상기후 등 국제적 요인이 식료품 물가 상승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50개국 데이터를 이용해 국제적 요인과 나라별 고유 요인을 분석한 결과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한국은 80% 이상, 유로 지역은 90% 이상 국제적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 한은은 “국제 곡물 수급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당분간 타이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가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부담이 증대되고 실질 구매력이 축소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식료품 물가 흐름과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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