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이 못다 한 범죄자 추적 “속 시원”…마녀사냥 우려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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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호 12면

‘유튜브 자경단’ 속출 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 신모씨는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채널에 출연했다. [연합뉴스]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 신모씨는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채널에 출연했다. [연합뉴스]

#“제가 나쁜 놈들 다 때려 잡겠습니다.”공권력을 대신해 범죄자를 쫓고 이들을 ‘참교육’하겠다는 한 유튜버가 구독자들을 향해 거칠게 외친다. 몇몇 구독자들은 ‘우리 형 밖에 없다’ ‘검찰과 경찰, 언론이 못하는 걸 한다’며 열광한다. 해당 유튜버는 지난달 21일 발생한 ‘신림역 묻지마 칼부림’ 사건의 범인 조선(33)씨의 집을 무작정 찾아 다니고, 마약 사건 등 각종 흉악 범죄를 추적한다며 일부 문신을 한 남성들과 시비가 붙는 아슬아슬한 영상을 찍는다. 노골적으로 구독자들에게 후원을 요청하기도 한다.

#‘카라큘라 탐정사무소’(카라큘라)의 이세욱(35)씨는 사설탐정 교육을 이수한 후 공중파 언론과 단독 경쟁까지 벌인다. 카메라맨부터 스토리 구상을 담당하는 작가진이 마치 방송국처럼 팀을 이루어 움직인다. 최근에는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관련 영상으로 10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카라큘라는 해당 영상을 업로드 한 뒤 가해자 측으로부터 협박 메일이 왔다고 공개했고, 급기야 가해자가 지난 10일 직접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노출한 채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카라큘라는 해당 사건의 가해자 신모(28)씨를 검찰처럼 신문하기도 하고 가해자의 자백을 유도하려 질문하기도 한다. 해당 영상이후로 카라큘라의 구독자는 110만명을 넘어섰다.

대중들이 ‘유튜브 자경단’의 과감한 행동과 날 것 그대로의 화면에 열광하고 있다. 수사기관, 사법기관에 대한 불만과 정의 실현에 대한 열망이 투사 되면서 인기가 점점 올라간다는 분석이다. 카라큘라를 구독했다는 대학생 유민경(27)씨는 “경찰 언론 등에서 가해자의 인권에 대한 우려로 바로바로 사건 내용을 공유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유튜버는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다 보니 속이 시원하다”며 “공권력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검찰, 경찰 등 제도권 수사 당국이 놓치는 부분이나 여전히 실현되지 않는 ‘악에 대한 척결과 응징’에 대한 바람을 유튜버들이 제공해주니 열광하는 것”이라며 “수사 당국에 대한 신뢰감의 하락과 연관되어 살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 검찰의 신뢰도는 45.1%로 2021년(50.1%)에 비해 5%포인트 감소했다. 다른 사법 기관의 신뢰도 역시 마찬가지다. 법원 47.7%, 경찰 49.6%로 2021년(법원 51.3%, 경찰 55.3%)에 비해 신뢰도가 떨어졌다. 대중들은 법원의 낮은 형량과 범죄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회사원 김영일(34)씨는 “성폭행, 살인 등 누가봐도 심각한 범죄도 막상 판결이 나오면 ‘겨우 이정도 살고 나온다고?’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피해자는 평생을 고통받는데 범죄자는 얼굴도 가려주고, 교도소에 몇 년만 있으면 나오니 분통이 터진다”고 전했다.

김씨의 말대로 사법기관의 형벌과 대처가 국민 법감정을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리서치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보다 범죄자의 인권을 더 보호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18세 이상 남녀 1000명)의 68%가 동의했다. 또 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87%가 법원에서 선고하는 범죄자에 대한 형벌이 ‘가볍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튜브 자경단을 운영하는 익명을 요청한 유튜버는 “우리가 법의 허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표현했다. 실제 몇몇 유튜버는 시간이 지나 잊혀질 뻔한 사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퍼트리는 순기능을 한다.

마약사범 등을 신고하는 과정을 업로드하는 유튜브 채널. [사진 유튜브 채널 ‘동네지킴이’]

마약사범 등을 신고하는 과정을 업로드하는 유튜브 채널. [사진 유튜브 채널 ‘동네지킴이’]

하지만 범죄 혐의점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특정인의 신상을 공개하고 사건 내용을 유튜브에 공유해 시청자의 공분을 유도하는 등 조회수만을 노리는 사적 제재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연우(35)씨는 “유튜브 자경단이라고 하는 몇몇 유튜버들은 그들 자신이 범죄자인 경우도 있다”며 “그런 사람들이 누굴 처단 한답시고 영상을 올리는 것을 믿을 수도 없고 어린 아이들이 해당 영상들을 보고 악영향을 받을까 두렵다”고 전했다. 이씨의 우려대로 ‘부산 돌려차기남’의 구치소 생활을 고발한 유튜버 엄모(29)씨는 2018년 취업 준비생들에게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동이 마녀사냥이나 사적 보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웅혁 교수는 “이들의 행위는 불법과 합법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한다”며 “대중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고해도 불법은 절대 용인될 수 없다”고 전했다. 범죄를 처단한다는 이들의 행위가 또다른 범죄로 이어지고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이런 활동이) 지나치게 되면 진실과 별개로 주목을 받으려는 시도가 주가 되어 불법 행위로 발전할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이들의 활동을 양지로 끌어올려 관리하고 보증해주는 제도를 만드는 것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들이 초기 단계에서 경찰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사건을 파고들어 민간의 전문성을 보여주기도한다”며 “국가에서 인정하는 절차대로 전문성을 보증해 사설탐정 제도처럼 이들의 활동을 제도화해 관리한다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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