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아르헨티나 등 6개국, 내년부터 브릭스 합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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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인사하는 정상들.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내년부터 6개국이 새로 합류한다. [AFP=연합뉴스]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인사하는 정상들.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내년부터 6개국이 새로 합류한다. [AFP=연합뉴스]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인 브릭스(BRICS)에 내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란·이집트·아르헨티나·에티오피아 등 6개국이 새로 합류한다. 브릭스 회원국이 늘어난 것은 2010년 남아공 합류 이후 13년 만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의장국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브릭스 확대의 첫 번째 단계로 이들 국가가 내년 1월 1일부터 회원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한 4개국 정상과 화상 참여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목소리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브릭스 확대는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합하고 신흥시장국과 개도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항상 개도국과 호흡하고 운명을 같이했다. 과거와 현재, 앞으로도 영원히 개도국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자신이 제안한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GDI)를 위해 100억 달러(약 13조2000억원)를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GDI는 개도국의 화두인 ‘발전’을 앞세워 중국의 우군을 규합하겠다는 계획으로, 자유·민주주의 등 이념·가치를 앞세워 동맹과 우방을 규합하려는 미국의 대외 정책과 대비된다.

푸틴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브릭스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오늘 시작한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에 따르면 이번에 회원으로 선정된 6개국 외에 베네수엘라·말레이시아·베트남 등 17개국이 브릭스 가입을 공식 요청했다. 비공식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국가까지 포함하면 40개국이 넘는다.

FT는 “이번 결정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경쟁자가 되기 위해 브릭스의 급속한 확대를 추진했던 중국의 승리”라고 지적했다. 6개국은 모두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참여에 서명한 국가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전체 회의 연설에서 “신흥국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며 브릭스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반면,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합의에 기반한 브릭스 확대를 지지한다”며 ‘조건부 확대’를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도는 브릭스 회원국이 되려면 국제 제재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제시했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고 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엇박자를 내는 사우디는 이번 브릭스 가입으로 외교의 무게중심을 중·러 쪽으로 한 발짝 더 옮겼다. 사우디는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국면에서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 플러스(OPEC+)를 통해 러시아와 공조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이런 사우디에 밀착하면서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 3월 베이징에서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 사이를 중재해 국교 정상화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이란의 합류 역시 이란핵합의(JCPOA) 파기 등을 이유로 제재를 가동 중인 미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결과다.

한편 브릭스는 회원국이 11개국으로 늘어나더라도 기존 5개 회원국 이름의 첫 알파벳을 딴 명칭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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