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장마에 태풍에,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됐는데….” 경남 통영시 서호전통시장 이성민 상인회장은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숨부터 쉬었다. 일본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했다. 이 회장은 “그전부터 정치권이 떠들어 사람들이 불안해서 (시장에) 안 왔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호시장은 통영항 여객선터미널과 가까워 관광객들이 생선회와 멍게, 소라 등 수산물을 사러 많이 들른다. 8월은 휴가철 대목인데도 매출이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해보다도 30~40% 감소했다고 한다. 시장 상인 500여 명은 이 회장을 볼 때마다 “장사 잘되게 좀 해봐”라고 하소연한다.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로 직격탄을 맞은 전국 수산물시장 상인들은 울상이다. 방류 다음 날(25일) 축제를 열게 된 경남 창원시 마산어시장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마산어시장은 860개 점포가 밀집한 경남 최대 수산시장이다. 상인들은 오염수 방류가 축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응이다. 심명섭 마산어시장 상인회장은 “수천만원을 들여 축하공연도 준비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며 “정부는 안전하다지만 소비자 생각은 그게 아니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수산물 가격도 하락세다. 금봉달 부산어패류처리조합(자갈치시장) 본부장은 “오염수 방류 전부터 정치권에서 공포감을 자극하면서 어종이나 품목을 가리지 않고 가격이 최대 20%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부산공동어시장은 하루 위판량 3200t으로 국내 최대 어시장이다.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는 “자갈치시장 등에는 수산물 방사능 여부와 그 결과를 묻는 고객 문의가 빗발친다”고 전했다.
고수온 피해에 오염수 방류까지 겹치면서 남해안 양식어민들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전국 굴 생산량의 80%까지 차지하는 통영·거제·고성 등 경남 굴 양식업계도 오는 10월 수확을 앞두고 걱정이 크다. 지홍태 통영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장(우리수산물지키기운동본부 위원장)은 “어민들 다 죽게 생겼다”며 “수산물에 문제가 생긴 게 없는데, 직전 굴 생산 막바지였던 지난 5월에도 가격이 20~30%나 내려갔다”고 전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수산물 안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연안 모니터링과 유통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고, 수산물 소비 촉진책 마련에 팔을 걷었다. 서울시는 수산물 방사능 농도를 매일 검사해 결과를 실시간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안전 확보 4대 방안’을 마련했다. 유통 이력제와 원산지 표시 품목 대상을 확대(전남도)하고, 원산지 특별 점검 대상을 늘리는 방안(울산시)도 시행한다.
전국수산업협동조합(수협)은 이날 “소모적인 정치 논쟁과 괴담 수준의 불확실한 정보 확산 속에 해산물 소비는 오염수 방류 전부터 급감해버렸다”며 “(이번 방류로) 수산물 소비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수산업은 존립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또 국회와 정부를 향해 “국민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방사능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어업인의 생산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수산물 소비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