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내야수→1군 외야수→태극마크 후보… 롯데 윤동희 "포지션 바꾸길 잘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 부산=송봉근 기자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 부산=송봉근 기자

2군 내야수에서 1군 외야수로, 그리고 태극마크 후보까지.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20)가 1년 만에 초고속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롯데는 외야 자원이 부족했다. 전준우와 손아섭이 있었지만, 뒤를 이을만한 재목이 보이지 않았다.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손아섭이 NC로 떠나면서 고민은 더 커졌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신인 김민석(19)과 2년차 윤동희가 무럭무럭 자랐기 때문이다.

고교 시절까지 유격수였던 윤동희는 프로 첫 시즌인 지난해에도 주로 내야수로 뛰었다. 하지만 구단의 제안으로 외야수 전향을 시도했다. 강한 어깨와 뛰어난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겨우 4경기지만, 1군 경기 경험도 쌓았다.

올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윤동희는 개막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1군에 올라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3일 현재 성적은 타율 0.297(283타수 84안타), 2홈런 31타점. 빠르게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윤동희는 "재밌다. 지난해보다 성과를 많이 내고 있어서 야구장에 오는게 즐겁다. 사실 지난해엔 1군이 높아보였다. 올해도 9월 확장 엔트리 쯤에나 기회가 올 거라 생각했다. 지금도 1군에서 뛰고 있는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 부산=송봉근 기자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 부산=송봉근 기자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이동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이순철, 김강민, 박건우 등 성공사례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윤동희는 "아무래도 내야수로 뛴 시간이 길어 외야에서 100% 집중할 수 없었다. 내야 연습하는 동료를 보면 '나도 할 수 있는데'란 생각이 들었다. 겨우 1년 전이지만 그때는 어렸던 것 같다"고 했다.

자존심을 버렸다. 대신 잘 해내자는 각오를 다졌다. 윤동희는 "스프링캠프에 가게 되면서 '1군에 갈 기회가 더 많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프로는 1군에 있어야 하지 않는가. 집중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다행히 롯데엔 조력자들이 많았다. 이종운 수석코치는 타격 밸런스를, 박흥식 타격코치는 몸쪽 공 대응을 전수했다. 2군에 있는 동안에는 라이언 롱 코치가 함께 타격 폼 만들기를 도와줬다. 여기에 외야수비의 달인인 전준호 코치가 윤동희의 수비 실력을 확 끌어올렸다. 윤동희는 "전 코치님과 작년 여름에 정말 펑고를 많이 받았다"고 떠올렸다. 이순철 해설위원도 "외야로 전향한 지 얼마 안 된 선수 같지 않다"며 칭찬했다.

파워 히터 유형은 아니다. 하지만 타격 기술이 뛰어나다. 특히 몸쪽 공을 잘 친다. 지난 6월 13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에서 터트린 홈런이 대표적이다. 윤동희는 문동주가 던진 몸쪽 빠른공을 때려 역전 3점포를 터트렸다. 몸을 뒤로 제끼면서 배트를 휘두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서 힘껏 잡아당겼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구단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박수를 보냈다.

KT 위즈 박병호가 자주 보여줬던 스윙이다. 오른쪽 팔을 몸에 바짝 붙인 채 허리의 힘을 이용해 타격하는 고급 기술이다. 팔을 굽힌 상태라 스윙 후엔 왼팔만 돌아간다. 뒷다리보다 앞다리가 짧은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보인다고 해 팬들 사이에선 '티라노 스윙'이라고도 부른다.

윤동희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스윙을 했다. 어렸을 땐 지도자들에게 '정자세로 치는 게 좋다'고 혼나기도 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박병호 선배를 보면서 따라하게 된 거 같다. 나도 이렇게 치고 싶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맞는 타격도 잘 한다. 오른손타자지만 주자가 있을 땐 곧잘 우측으로도 타구를 보내 병살타를 줄이고, 진루타를 만든다. 희생플라이도 잘 만들어낸다. 윤동희는 "득점권에선 내 스윙보다는 바깥쪽 보고 우중간으로 치는 게 확률이 높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고 했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 부산=송봉근 기자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 부산=송봉근 기자

롯데 안방 부산 사직구장에선 윤동희의 유니폼을 손쉽게 볼 수 있다. 프로 2년차, 1군 데뷔 4개월 밖에 안 됐는데 유니폼 판매량 팀내 8위다. 윤동희는 "눈에 유니폼이 많이 보인다. 응원받는 느낌이라 더 집중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웃었다.

데뷔 2년만에 개인 응원가도 생겼다. '롯데의 윤동희, 쌔리라('때리라'는 뜻의 방언) 안타 쌔리라'란 리듬을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린다는 윤동희는 "응원가도 너무 좋고, 우리 팬들은 대한민국 최고 팬덤이다. 열정 넘치는 분들이 많아 사직에서 야구를 할 때가 제일 재밌다"고 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지난달 큰 악재를 맞았다. 대표팀의 중심이자 간판인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가 부상으로 낙마했다. 6월 발표된 엔트리에 외야수가 3명(최지훈, 최원준, 이정후) 뿐이었기 때문에 대체선수 발탁이 불가피해졌다.

자연스럽게 젊은 외야수들이 물망에 올랐다. 삼성 라이온즈 김현준과 롯데 김민석, 그리고 윤동희가 대표적이다. 윤동희는 "미래는 정말 알 수 없다. 대표팀 이야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구단의 권유로 포지션을 바꿨는데, 전향하길 잘 한 거 같다"고 했다.

윤동희가 쓰는 배트엔 김민석의 이름이 씌어져 있다. 윤동희는 "배트 무게중심이 다른 배트를 쓰고 싶어 빌렸다"고 했다. 부산=송봉근 기자

윤동희가 쓰는 배트엔 김민석의 이름이 씌어져 있다. 윤동희는 "배트 무게중심이 다른 배트를 쓰고 싶어 빌렸다"고 했다. 부산=송봉근 기자

배트를 빌리고, 경기 뒤에도 자주 어울릴 정도로 친한 김민석과도 경쟁 관계가 됐다. 윤동희는 "'네가 (대표팀에)가라, 내가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하진 않는다. 왠지 오글거린다"고 웃으며 "저도 민석이도 가면 좋겠지만, 지금은 팀에 집중할 시기"라고 했다.

윤동희에게 롯데의 가을 야구와 아시안게임 대표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면 골라달고 물었다. "포스트시즌에 너무 가고 싶다. 대표팀도 일생일대의 기회니까. 둘 다 잡고 싶다." 우문현답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