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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개혁 성공하려면…“여의도 보지 말고, 윤리 시스템 확보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 국기게양대에 전국경제인연합회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에서 기관 명칭을 한경협으로 변경했다.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 국기게양대에 전국경제인연합회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에서 기관 명칭을 한경협으로 변경했다.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기관 명칭을 바꾸고, 주요 4대 그룹이 재가입하는 등 대변신에 나선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재계 맏형’으로서 위상 추락을 겪은 지 6년여 만이다. 하지만 과거를 답습하지 않고 진정한 변화를 해 나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류진 풍산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고, 한경협으로 명칭을 바꾸는 등의 안건을 의결하며 새 출발을 선언했다. 이어 윤리헌장을 발표하고, 윤리경영위원회 등을 통해 윤리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으면 즉시 탈퇴한다”는 권고안이 나오는 등 전경련의 윤리성에 관심이 집중됐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도 “제대로 된 혁신이 없으며, 쇄신 방안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라고 비판적 논평을 내놓은 바 있다.

전문가들 역시 선언적인 수준이 아닌 실질적이고 독립적인 윤리경영 시스템을 확보해야 진짜 개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 출발하는 전경련은 경제 혁신을 고민하고 리더십을 갖기에 앞서 윤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내부 통제 시스템, 준법 시스템을 확실히 만들고 독자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정경유착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 먼저”라며 “이를 위해선 여의도(정치권)가 아니라 세종 쪽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나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정책 부서와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전경련은 이날 총회에서 한국경제연구연(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자체적으로 연구 기능을 키워 싱크탱크를 지향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외 관계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치·경제·사회 이슈를 아우르는 두뇌 집단으로서의 정책 제안, 기업의 대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연구소에서는 국가 이슈를 다루기에 한계가 있다. 전경련이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곳이 돼서 국가적 과제를 개발하고, 정부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대응해야 하는 글로벌 이슈들이 많은 데 이를 공동 대응하기 위한 논리 개발 역할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도 “가령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같은 이슈가 생겼을 때 전경련은 이해 관계자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통로가 돼야 한다”며 “정부가 모든 걸 다할 수는 없고 민간의 역할이 필요하다.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한 전경련이 그 역할에 적임”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대기업 체제를 대표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업 경영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용진 교수는 삼성증권이 가입 반대를 선언하며 삼성 계열사 중 전경련에 합류하지 않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그룹 계열사는 일괄적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도 구시대적 발상이다. 오히려 그룹보다는 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핵심 기업과 혁신을 담당할 수 있는 신규 회원 유치에 힘쓰면 된다”고 말했다.

황용식 교수도 “새 부대에 새 술을 담아내듯이 산업의 트렌드나 새 흐름을 파악해 거기에 맞게 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난 6~7년간 많은 산업 지형의 변화가 있었기에 새 플랫폼 기업이나 역량 있는 기업을 회원으로 받아들여 시너지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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