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오늘 바쁘세요? 별일 없으면 재판에 같이 들어가실래요?
2007년의 어느 날 중수부 연구관실에서 이동열(전 서울서부지검장)이 말을 꺼냈다. 그는 연구관실장이었다. 중수과장(부장검사) 이상 간부들을 제외하면 중수부 검사 중 최선임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동열이 말을 높인 상대는 간부가 아니라 평검사였다. 그는 윤석열(현 대통령)이었다.
윤석열은 이동열의 한 기수 아래 후배였다. 하지만 이동열은 그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존대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여섯 살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이동열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바쁜 일 없어요. 그럽시다.”
그날 공판의 쟁점은 e메일의 해석 문제였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하 외환카드 사건) 재판은 e메일이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론스타 자문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하 씨티증권) 관계자들의 e메일에는 주가조작 모의 정황이 대거 담겨 있었다. (7회 참조)
문제는 그게 대부분 영어였다는 사실이다. 어디를 어떻게 띄어 읽고,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해석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의미를 달리 해석했다.
당시 론스타 수사팀에 있었던 변호사 A는 “변호인 측이 의도적으로 중학생 수준도 못 되는 엉터리 띄어 읽기를 하면서 뜻을 왜곡했다”고 말했다. 검사들 입장에서는 들어주기 어려운 변론이었다.
변론이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 검사석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윤석열이었다.
변호인, 쇼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