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2국〉 ○ 변상일 9단 ● 최정 9단

장면 5
장면⑤=신기루가 보일 때가 있다.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이 착시를 만들어낸다. 변상일 정도의 최강 고수들 세계에서도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진다.
백1은 무서운 수다. 흑2가 사두(蛇頭)처럼 뻗어 나오자 백5점이 급격히 약화됐다. 백1은 그걸 각오하고 3, 5로 끊어 승부를 보자는 수다. 변상일의 바둑은 치열하다. 그러나 가끔 스스로를 불구덩이에 몰아넣는 것조차 마다치 않는다. 흑6에서 백A는 흑B. 흑C가 선수라면 이 수상전은 흑이 유리하다. 큰일이다.

AI의 판단
◆AI의 판단=AI는 〈장면도〉 백의 수순은 명백히 ‘무리’이며 지금은 타협하고 수습할 때라고 말한다. 백1로 흑대마의 안형을 슬쩍 위협해본 다음 3, 5, 7의 행마로 안전을 도모한다. 이 그림은 흑이 약간 우세하지만 차이는 1집 언저리니까 멀고 먼 승부다.

실전진행
◆실전진행=실전이다. 백은 1, 3으로 밀고 나갔지만 선수를 잡을 수는 없었다. 변상일은 백7로 이었는데 이제 수상전이 벌어지는 걸까. 아니다. 이제 우변 흑이 두집을 내고 살아버린다면 불구덩이에 빠진 백은 정처 없이 혼자 달아나야 한다. 백의 탈출은 길고 고단한 여정이 될 것이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