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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배 못탄다" 與실세 작심 경고…"누굴 겨냥했나" 당내 술렁

중앙일보

입력

“함께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이철규 사무총장의 이같은 경고성 발언에 17일 당내가 술렁이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본인 생각만 가지고 당 전체를 비하하거나 폄훼하는 경솔한 언행은 본인이나 당 조직에 도움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열린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강력범죄대책 마련 현장방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열린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강력범죄대책 마련 현장방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당내 실세로 꼽히는 이 사무총장의 발언에 현역 의원들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영남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사무총장이 의총 때마다 유사한 발언을 해왔지만, 이번 의총 발언의 수위가 가장 높았다”며 “아주 작심한 듯한 모습에 의원들끼리 ‘누굴 겨냥한 것이냐’고 서로 묻기도 했다”고 당시 의총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공천 실권을 쥔 사람의 ‘승선’ 발언은 곧 다음 총선의 공천 여부를 뜻하는 것 아니겠냐”며 “굉장한 압박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의 발언 배경을 두곤 당 안팎에서 번지고 있는 ‘총선 수도권 위기론’ 때문이란 반응이 나온다. 당내 반윤 및 비윤계가 위기론을 증폭시켜 지금의 당 지도부 체제를 흔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일 신평 변호사가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수도권은 거의 전멸하는 것으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신당 창당까지 생각한다”는 발언으로 수도권 위기론이 촉발된 이후 안철수, 윤상현 의원 등 수도권 지역 의원과 비윤계로 꼽히는 하태경 의원 등은 “수도권 위기론은 맞는 말”이라며 옹호해 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이 5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윤상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이 5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윤상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특히 윤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당이 대통령실 대변인 수준으로 위상과 존재감이 낮아졌다는 비판을 받는다”며 내년 총선을 위한 ‘혁신위원회’ 출범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총선까지 몇 달 남지 않았는데 수도권 선거가 어려운 상황에서 안 어려운 척하는 것은 무책임한 시간 끌기”라고 썼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무총장이 총대를 메고 당내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17일 B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 사무총장은)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면서도 “당 지도부에 있는 분들은 영남권이나 강원권에 있는 분들이니까 수도권에서의 당에 대한 인식을 못 느낄 수도 있다”고 맞받았다.

반면 이 사무총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근래 몇몇 현역 의원들의 경우, 우리 당의 정책이라든가 운영을 두고 이견을 보인 수준이 아니라, 당을 조롱하고 희롱하고 폄훼하는 발언들이 있었다”며 “그럴 때마다 당원들의 원성이 문자 폭탄 수준으로 빗발친다. 그 당원들의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에 대한 이견이나 비판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며 “국민이나 당원이 인상을 찌푸릴만한 발언은 좀 자제하자고 당부, 호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안팎에선 이 사무총장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반윤 및 비윤계의 연대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홍준표 전 대표의 징계, 수도권 위기론 등을 두고 최근 2~3주 새 반윤ㆍ비윤계 인사들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이들 사이에서도 내년 총선 공천 가능성이 다 다른 만큼, 공천을 염두에 둔 경고성 발언으로 이들의 연대를 강력하게 견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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