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심상찮은 중국 리스크…비상등 켜진 한국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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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 실물경제 부진에 부동산 시장 경색까지

대중 전략 재수립해서 리스크 전이 차단해야

중국발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의 먹구름이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는 소비·생산·투자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곳곳에서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소매판매는 7월에 2.5%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4.5%)에 크게 못 미쳤다. 산업생산은 3.7% 증가로 전달(4.45%)보다 떨어졌다. 특히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침체가 심각하다. 1~7월 부동산 투자는 작년 동기보다 8.5% 하락했고, 신규 건설은 24.5%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의 경색은 금융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형 부동산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에 이어 국유 부동산 기업인 위안양(遠洋)까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렸다. 유명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中融)국제신탁도 만기된 자금 3500억 위안(약 64조원)을 지급하지 못하고 연기했다. 부동산 추락이 금융위기로 이어져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 5월의 6.4%에서 4.8%로 낮췄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작년보다 각각 0.3%, 4.4%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오랫동안 경기 침체에 시달린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져들지 모른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예전과 달리 뾰족한 경기 진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청년 실업률 발표를 중단하는 등 서방 투자자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세계 GDP의 약 18%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침체는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이다. 우리나라 수출이 10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한 데는 대중 수출이 14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던 요인이 컸다.

이런 중국 리스크에 우리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한 달 새 약 6%나 떨어져 1340원대로 내려앉았고, 증시에선 코스피 2500선이 흔들리고 있다. 정작 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중국발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 전략을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17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언급한 대책의 핵심은 ‘품목·지역 다변화 등 구조적 수출 대책 보완’이었다. 중국 리스크가 현실화한 지 오래인데 정부는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시장 다변화’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위기의식으로 중국 리스크를 재평가하고 대응 전략을 새로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어떤 경우든 중국 리스크가 한국 경제로 전이되는 걸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