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재명, ‘불체포 특권 포기’ 말 아닌 행동으로 입증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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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네 번째 검찰 출석하며 뒤늦게 ‘방탄’ 포기

장외 여론전 접고 수사 성실히 응하는 게 진정성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1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 특권 포기 입장을 밝혔다. 수사를 받기에 앞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를 받겠다.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네 차례나 검찰에 소환된 제1 야당 대표가 뒤늦게나마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보여주는 행동은 말과는 달라 ‘표리부동’ 논란을 부르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는 소환을 앞두고 연이틀 당 안팎에 결백 호소 서한을 보냈고, SNS에도 “1원 한 푼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검찰 진술서를 올렸다. 소환 전날엔 검찰 출석 날짜와 장소가 적시된 포스터까지 띄웠다. 이를 본 이 대표 지지자들은 어제 중앙지검 청사에 나와 ‘정치 검찰 아웃’을 연호했다. 말로는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면서 지지층을 결집해 검찰을 압박하는 여론전에 나선 형국이다. 그러니 또다시 불체포 특권을 적극 행사하려는 자락 깔기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백현동과 관련한 이 대표의 의혹은 지지층 결집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용도가 4단계나 건너뛴 덕에 아파트 시행사가 3000억원 대의 분양 이익을 챙겼다. 이 대표는 “용도변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토교통부의 요구 탓”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용도 상향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성남시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회신한 국토부의 공문 등 그런 주장을 뒤집는 물증이 다수 나왔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 대표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도 기소한 상태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이런 물증들에 대해 명쾌한 해명은 피하면서 “당당하게 조사받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지난 세 차례 검찰 조사에서 보여준 모습은 당당함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전 진술서만 제출한 채 답변을 회피한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같은 대응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당히 조사에 응한다면 검사의 질문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게 상식 아닌가. ‘야당 탄압’만 외치면서 입을 닫는다면 불리한 측은 이 대표다. 그런 방식으로 수사에 대응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소환 전날 ‘1 특검 4 국정조사’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채수근 상병 사건을 수사하고 양평 고속도로 논란, 잼버리 부실 등을 국정조사하겠다는 것이다. 특검·국조 5건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부터 이례적인 데다 채 상병 사건의 경우 경찰 수사 단계에도 가지 못해 민주당 내에서도 “비현실적”이란 얘기가 돈다. 이러니 검찰에 소환될 이 대표의 방탄용으로 급조된 특검·국조 아니냐는 비판이 다시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