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지난달 19일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 개소식이 열렸다.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 1주년을 경축하며 수학난제 연구, 제2의 허준이를 꿈꾸는 미래인재 양성과 국제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연구소가 공식 출범한 것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축사에서 불모지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한국 수학의 발전을 축하했고, 김명자 KAIST 이사장은 유클리드 기하학 원론부터 영화 ‘아고라’까지 다양한 시각에서 수학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날 허 교수는 ‘같음과 다름’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부터 시작해서 그래프 이론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같음과 다름을 수학자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는지 흥미롭게 설명했다.

과학 산책
수학에서는 같음과 다름이 ‘범주(category)’라는 개념을 통해 표현된다. 두 대상이 같다고 말할 때는 정확히 어떤 범주에서 같은 것인지, 즉 어떤 기준에서 같다고 말하는 것인지 항상 밝혀야만 한다. 늘리거나 줄여도 같다고 보는 위상공간의 범주에서는 도넛과 커피잔이 같다. 도넛을 연속적으로 변형하면 커피잔 모양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범주 사이의 관계는 ‘함자(functor)’라는 개념이 연결하고 비교한다. 한 범주에서 달랐던 대상이 함자를 통해 다른 범주에서는 같아질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많은 오해는 같음과 다름을 말할 때 서로 다른 잣대를 들기 때문에 생긴다. 수학에서는 범주 이론 덕분에 한순간도 같음과 다름의 기준이 모호할 수 없다. 기준이 바뀔 때는 함자를 통해 그 관계가 명확히 정리된다.
선사(禪師)들이 말하듯 산과 물이 하나인 범주가 있고 다른 범주가 있다. 현대 수학에서 범주와 함자는 더 큰 범주를 이루고 기하학적 우주를 구성한다. 허준이 연구소 출범을 축하하며 난제 해결을 통해 우주의 실체에 다가가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길, 그래서 인류에 크게 기여하길 기대한다.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