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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D의 공포’ 우려 차이나 리스크, 철저히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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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중국 민간 건설기업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중국 민간 건설기업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로이터=연합뉴스

비구이위안 등 중국 부동산업체 연쇄 디폴트 우려

중국 의존도 높아 타격 클 한국, 대응책 서두르길

2021년 헝다 그룹에서 시작된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도미노 디폴트’(연쇄 채무불이행) 공포가 최근 비구이위안 사태로 재점화하고 있다. 헝다와 함께 중국 신규 주택 판매 1위를 다투던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의 이자를 갚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헝다에 이어 비구이위안마저 디폴트에 빠지면 중국 부동산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이다. 나아가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와 은행 부실로 이어져 결국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는 토지를 소유한 지방정부로부터 토지 사용권을 사서 아파트를 짓는다. 토지 사용권 매각 수익이 지방정부 재정 수입의 40%를 충당(2021년 기준)할 정도로 커서, 개발업체가 자금난으로 신규 분양을 줄이면 지방 정부는 수입이 급감한다. 또 연쇄 디폴트로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부동산 업체에 돈을 빌려준 은행의 건전성도 훼손된다. 쉽게 말해 중국 경제 전체가 망가지는 구조다.

중국 정부가 규제 일변도였던 부동산 정책을 다급하게 부양으로 전환한 배경이다. 중국은 5년 전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住房不炒)’는 문구를 삽입해 강력한 ‘삼도홍선(三道紅線)’ 규제를 펴왔었다. 부채비율 70% 이상 등 세 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걸리면 신규는 물론 기존 대출까지 회수하는 과도한 규제 탓에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가 줄줄이 위기를 맞았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지난달 이 문구를 전격 삭제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부동산 활황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집값이 오를 거라 기대해야 집을 살 텐데 거꾸로 집값 하락을 예상해 구매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하락(-0.3%)하면서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더해 부동산 시장마저 무너지면 중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바이든 미 대통령이 “똑딱거리는 시한폭탄”이라고 우려했겠는가.

중국에 기대어 성장해 온 한국으로선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꾸준히 줄여 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수출 비중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또 코로나19로 닫혔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로 경기가 ‘상저하고’가 될 거란 기대가 컸는데 차이나 리스크로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경고음이 들려온다. 외환시장은 원화 약세 등 벌써부터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수출 지역 다변화 노력에 더해 미래 먹거리 발굴 등 중장기적 안목의 철저한 대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