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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시늉만의 혁신 아닌 ‘영혼의 혁신’을 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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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스스로 대형악재 된 혁신위, 50일 만에 조기종료

입법 폭주 등 근본 행태 청산 없으면 백약 무효

더불어민주당의 현주소는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도 부족하다. 김남국 의원 코인 투기, 강성 팬덤 폐해 등 첩첩이 쌓인 악재에 더해 돈봉투 수사는 20명 가까운 수뢰 의혹 의원들의 명단이 공개된 가운데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도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진술 번복으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가 급진전한 가운데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17일 검찰에 네 번째 소환조사를 받게 되면서 사법리스크가 재부상했다.

당내 악재들을 수습하기 위해 출범한 혁신위원회마저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과 개인사 논란 등 숱한 설화에 스스로가 대형 악재로 전락하면서 10일 김 위원장의 사퇴와 함께 50일 만에 조기 종료됐다. 혁신위는 이날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하위자 감점 폭을 늘리도록 공천 룰을 변경하고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마저 이 대표의 공천권과 친명계 강성 당원들의 발언권만 강화하는 내용이라 분란은 더 고조될 전망이다.

혁신위가 스스로 물의만 일으킨 채 좌초한 것은 출범 때부터 예정됐었다. 혁신위원 대부분이 ‘재야 친명계’로 구성된 가운데 핵심 현안인 ‘이재명 리스크’는 손도 못 댔다. 그나마 1호 혁신안이던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도 ‘정당한 영장 청구’란 조건을 달아 하나 마나 한 얘기가 됐다. 이런 혁신위로는 변죽만 울릴 뿐 진짜 혁신엔 손도 못 댈 것이란 예측이 실현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지지율은 수직 낙하를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밖으로 밀리는 여론조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텃밭이던 수도권과 중도층에서 지지자 이탈이 가속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민주당은 이런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자신들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민주당은 해만 뜨면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약자 배려를 외쳐 왔다. 하지만 168석의 의석을 갖고도 그런 가치들을 실현하는 입법 임무는 제쳐둔 채 국정 발목잡기식 대여 투쟁과 계파싸움으로 날밤을 보낸 끝에 국민에게 외면당하게 된 것 아닌가. 국민은 대의원제 폐지 같은 ‘혁신안’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진정한 혁신은 대표의 사법리스크 희석을 위해 코드 인사를 내세워 혁신 시늉만 내는 ‘혁신 쇼’가 아니다. 내로남불과 입법 폭주, 방탄국회 등 민주당의 전유물이 된 모든 부정적 행태들을 청산할 때에만 가능하다.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을 실천하는 ‘영혼의 혁신’만이 등 돌린 민심을 되찾아올 길이다.

민주당의 위기는 압도적 의석을 가진 국회 제1당이 무력화된 것이라 그들만의 문제로 넘어갈 수도 없다. 이 대표는 자신이 출범시킨 혁신위의 조기 폐막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한편, 당의 진정한 혁신을 위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