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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림’ 소비 강타…서현역 쇼핑 -35%, 신림역 외식 -12%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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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묻지마’ 칼부림에 이어 무차별 테러 예고가 잇따르면서 공공시설 보안 경비가 강화되고 있다. 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뉴스1]

최근 ‘묻지마’ 칼부림에 이어 무차별 테러 예고가 잇따르면서 공공시설 보안 경비가 강화되고 있다. 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뉴스1]

대학원생 고나경(25)씨는 지난 6일로 잡혀 있던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약속을 취소했다. 8년 만의 모임이었지만 ‘칼부림 테러’가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고씨는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다들 사람이 많은 장소를 꺼렸고, 특히 한 친구는 칼부림 예고 글에서 지목한 오리역 근처에 살아 외출 자체에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른 칼부림 사건으로 시민들의 소비가 위축된 것이 통계로도 확인됐다. 칼부림 사건이 실제 일어났거나, 관련 예고 글에서 범행 장소로 지목된 상권에 발걸음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9일 중앙일보가 현대카드에 의뢰해 주요 지하철역 반경 1㎞ 내 가맹점의 8월 첫 주말(5~6일) 신용카드 승인 금액과 건수를 7월 주말 평균과 비교한 결과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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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지난달 21일 흉기 난동이 있었던 서울 신림역 인근 상권에 타격이 컸다. 외출과 만남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외식 관련 신용카드 승인 금액(-17%)과 건수(-12%) 모두 감소했다. 제과·커피에서도 신용카드 승인 금액과 건수가 각각 6%씩 줄었다.

지난 3일 흉기 난동 사태가 발생한 경기 성남 서현역 상권 역시 마찬가지다. 외식 관련 승인 금액(-17%)과 건수(-22%) 모두 줄었고, 제과·커피에서도 승인 금액과 건수가 각각 17% 감소했다. 특히 쇼핑(의류·잡화)에 관한 신용카드 승인 건수는 서현역 인근 가맹점서 35%나 급감했다.

실제 지난 5~6일 중앙일보가 서현역 일대를 둘러보니 주말임에도 유동 인구가 적은 게 한눈에 보였다. 일부 1층 가게는 오후 3시임에도 조명을 켜지 않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치킨집 직원인 김모(43)씨는 문 닫은 집을 손으로 가리키며 “주말에는 줄 서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했던 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게도 매출 70~80%가 줄었다”며 “옆 고깃집도 하루 매출이 5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 범행 지역으로 지목된 상권에서도 소비가 감소했다. 지난 주말 부산 서면역 상권의 카드 승인 건수는 외식(-16%)·카페(-10%)·쇼핑(-26%) 모두 감소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역 역시 승인 건수가 외식(-12%)과 카페(-8%), 쇼핑(-22%) 모두 줄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문제는 시민들의 불안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나도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이 강화되는 상황”이라며 “외출과 만남을 꺼리는 추세가 한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회복하려면 내수 활성화가 필요한데 악재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칼부림 사건 이후 호신술센터 등에는 호신술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20년째 호신술센터를 운영 중인 전성용(49) 한국아르니스협회 회장은 “기존 회원이 40명이었는데 최근 일주일 사이에 20명이 신규로 등록했다. 문의 전화도 빗발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회원은 예전부터 꾸준히 있었는데 근 한 주간은 여성보다 남성들이 더 많이 찾아왔다. 최근 일어난 범죄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다 보니 우려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호신용품 거래액 늘었다. 11번가에 따르면 신림동 칼부림 사건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호신용품 거래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202%, 직전 주(7월 9~21일) 대비 224% 늘었다. 지난 7일 기준 네이버 쇼핑 트렌드 차트 톱10에는 호신용품(2위)을 비롯해 호신용 스프레이(3위), 삼단봉(4위), 전기충격기(7위)가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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