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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잡는 中안전부의 선전 영상 “나는 항상 어디에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 베이징 천안문에서 멀지 않은 국가안전부 정문. 동방일보 캡쳐

중국 베이징 천안문에서 멀지 않은 국가안전부 정문. 동방일보 캡쳐

"당신은 나를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항상 어디에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국가안전부(MSS)가 지난 3일 공식 SNS에 올린 선전 영상 ‘내가 있다(有我)’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메시지다.  스파이 적발 부처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곳은 중국에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

중국 국무원(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홈페이지조차 없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국가안전부가 지난 1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스토리) 계정과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스스로를 알렸다. 안전부 홈페이지(12339.gov.cn)는 지난 7월 1일 시행에 들어간 신방첩법(간첩방지법 수정안)에 따른 간첩 신고 플랫폼이다.

지난 3일 중국 국가안전부가 SNS 위챗 계정에 공개한 4분 분량의 선전 영상 ‘내가 있다(有我)’ 가운데 마지막 부분이다. “나는 모든 곳에 항상 있다”는 자막이 보인다. 국가안전부 캡쳐

지난 3일 중국 국가안전부가 SNS 위챗 계정에 공개한 4분 분량의 선전 영상 ‘내가 있다(有我)’ 가운데 마지막 부분이다. “나는 모든 곳에 항상 있다”는 자막이 보인다. 국가안전부 캡쳐

이 플랫폼엔 “국가 비밀로 분류된 문서나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보유하는 행위(11항), 사실을 날조 또는 왜곡하는 행위(14항), 종교를 이용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16항)” 등 간첩 고발 대상이 되는 사례 21가지를 지목했다.

플랫폼은 영어로도 제작됐다. ‘Fabricating or distorting facts’(사실을 날조 또는 왜곡하는 행위), ‘Making use of religion to engage in activities endangering state security’(종교를 이용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 등으로 적발 대상을 명시했다. 중국인은 물론 외국인과 국제사회에게 중국 당국에 적발될 수 있는 간첩 행위를 알리고 있다.

안전부는 이와 관련 4일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경영·투자·종사하는 회사 및 직원을 겨냥하지 않는다”면서 “간첩 활동을 조사 처리하는 것과 국가·기업·인원 사이의 정상적인 교류와 협력과 결부시키는 것은 방첩법에 대한 오독”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방첩법이 중국 내 외국인을 무차별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이달 1일 개설한 중국 국가안전부의 영문 홈페이지(12339.gov.cn). 국가안전기관 신고 접수 플랫폼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다. 인터넷 캡쳐

이달 1일 개설한 중국 국가안전부의 영문 홈페이지(12339.gov.cn). 국가안전기관 신고 접수 플랫폼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다. 인터넷 캡쳐

이를 두고 미국의 소리(VOA)는 “중국 국가안전부의 전면 등장은 민간에 외국인 적대감을 조장하고 외국인 혐오감을 키우려는 의도”라며 “외국인 혹은 외국과 연계된 사람을 간첩 관련자로 인식시켜 최근 악화한 경제 상황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도 담겨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어린이가 어른을, 학생이 스승을 고발하던 지난 세기 60~70년대 문화대혁명 당시의 사회적 긴장감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써즈(吳瑟致) 대만 양안정책협회 연구원은 VOA에 “안전부가 모습을 드러낸 중요한 목적은 모든 위챗 이용자, 주로 중국인에게 신방첩법의 억지력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라며 “방첩법 개정과 안전부의 행동은 중국 사회 내부를 주로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무역과 첨단 기술에 이어 스파이 전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사법부는 중국계 해군 두 명이 돈을 받고 중국에 기밀 정보를 넘긴 혐의로 체포하고 기소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사법부가 기소한 중국계 미 해군 병사 웨이진차오(왼쪽)과 자오원헝(오른쪽). X(트위터) 캡쳐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사법부가 기소한 중국계 미 해군 병사 웨이진차오(왼쪽)과 자오원헝(오른쪽). X(트위터) 캡쳐

기소장에 따르며 미 해군 상륙 공격함인 에식스함에 근무했던 사병 웨이진차오는 올해 3월부터 중국 정보 요원에게 에식스함의 무기 체계와 동력 구조, 기술 문건 및 미군 연합 훈련의 참가 병력 숫자 및 기밀 정보를 건넸다. 웨이진차오는 미국 시민권을 신청할 때부터 중국 측 정보 요원과 접촉을 시작했으며 문건을 건네는 대가로 수천 달러를 받았다.

함께 체포된 자오원헝 미 해군 중사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중국 해양경제연구원이라고 밝힌 중국 정보원에게 1만5000여 달러를 받고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 유출된 정보에는 대만과 가까운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 기지의 레이더 정보와 전기 배선도 및 청사진 등이 포함됐다고 기소장에 담겨있다. 오는 8일 미국 연방 법원의 첫 예비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 3일 군사 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된 미 해군 병사 웨이진차오의 기소장. 미 사법부 홈페이지 캡쳐

지난 3일 군사 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된 미 해군 병사 웨이진차오의 기소장. 미 사법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 당국은 공식 대응에 앞서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을 통해 이번 군 간첩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중국은 근거 없는 비난과 먹칠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스파이 전쟁은 지난달 31일 단행된 중국 로켓군 사령관과 정치위원의 전격적인 교체와도 관련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일 외국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실마리는 지금까지 외부에서 중국 로켓군의 구조를 매우 자세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기밀 누설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전략 핵전력을 둘러싼 미·중 스파이 전쟁이 결국 중국 로켓군 수뇌부의 경질까지 불러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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