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신용등급 강등은 트럼프 때문?…피치 "의사당 폭동이 진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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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의 결정적인 배경이 지난 2021년 발생한 미 의사당 폭동이라는 외신 보도가 2일(현지시간) 나왔다.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는 신용등급 강등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2일 로이터·블룸버그통신·뉴욕타임스(NYT) 등을 종합하면 리처드 프랜시스 피치 수석 이사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신용등급 강등의) 진짜 이유는 지난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의사당 폭동 사건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치의 강등 결정에 국가 차원의 거버넌스 악화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21년 1월 6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불복해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폭동을 일으켰다. 미 의회에선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인증해 당선자를 확정하는 날이었다. 앞서 1일 스미스 특별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고도 관련 절차를 조작해 권력을 연장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프랜시스 수석 이사는 "어느 정당의 잘잘못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이 사건에서 보듯 미국 민주당은 더욱 좌익으로, 공화당은 더욱 우익으로 기울고 있어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은 전임 정부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케빈 무노스 바이든 대선 캠프 대변인은 NBC방송 등에 "극단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슬로건) 공화당 어젠더의 직접적 결과"라면서 "트럼프는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했고,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재앙적 감세로 적자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대표적인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대표적인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내년 대선의 쟁점으로 부각하는 모양새다. NYT와 시에나대가 유권자 1329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3∼27일 실시한 2024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각 43%로 동률을 기록했다. 재집권을 노리는 바이든 정부에겐 악재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캠페인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 인플레이션 하락, 낮은 실업률 등 경제 성과를 앞세우고 있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신용등급 강등에 짜증을 냈다"고 전하면서 "(국정 운영을 놓고) 비판적인 국민에게 경제정책으로 혜택받고 있음을 확신시키려 홍보에 공을 들였는데, 훼방놓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메인주 오번의 한 제조업체에서 자신의 경제정책 슬로건인 '바이드노믹스'와 관련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메인주 오번의 한 제조업체에서 자신의 경제정책 슬로건인 '바이드노믹스'와 관련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용등급 강등 조치 여파로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0.98% 하락했으며 S&P 500지수는 1.38% 떨어졌다. 나스닥 지수 하락 폭은 2.17%로 상대적으로 컸다.

월가는 아직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는 CNBC에 "이번 조치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며 "차입 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신용 평가사가 아닌 시장"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피치가 최종 결정권자가 될 순 없다"며 "계속되는 경제 성장, 고용 시장 호조, 인플레이션 둔화 등이 경기 침체 전망을 버리게 하는 상황인 만큼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등급 하향 시점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오전 월가 대형은행으로서는 최초로 자체 경기 침체 전망을 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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