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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법안 있는데도 손놓다가 사망자 속출하자 바빠진 국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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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올라 폭염경보가 발령된 지난 7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대로 일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스1

서울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올라 폭염경보가 발령된 지난 7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대로 일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스1

오랜 장마 끝에 본격 더위가 시작되면서 전국에서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31일까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환자가 벌써 13명에 달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자(6명)의 두 배를 넘어섰다. 글로벌 기후 위기에 따라 사람 잡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정치권의 온열질환 대응은 미적지근하다.

21대 국회엔 일터에서 더위로 쓰러지는 사고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이미 8건 발의돼 있다. 개정안은 폭염 등 근로자의 노동 환경을 위협하는 기후 여건 발생 시 ‘작업 중지’를 의무화 하는 등 근로자의 안전을 보다 두텁게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있다. 일부 개정안엔 작업 중지로 인한 임금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여야 모두 법 개정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 “최근 이상 고온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근로자가 고용불안이나 임금 감소 등의 우려로 인해 작업 중지 등 권리를 스스로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적었다. 입법이 필요하는 취지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모두 환노위에 멈춰 있다.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도 작업 중지 등 예방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기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 따라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 장소에서 대피시키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5월 환노위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선 “기존의 규정들이 있기 때문에 그 규정을 통해서 조치할 수 있다”(박화진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는 정부 입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기존 규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반론이 나온다. 박채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규정이 존재하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후적으로 ‘작업 중지’ 요건에 맞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 그로 인한 손해 책임을 근로자가 질 수 있다”며 “그래서 근로자 대부분은 참고 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뒤늦게 바빠졌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에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한 데 이어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일정 기준 이상 폭염이 지속될 때 반드시 휴게시간을 갖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8월 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 간사들을 통해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제헌절인 지난 7월 17일 국회 의장 접견실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제헌절인 지난 7월 17일 국회 의장 접견실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겠다고 한 만큼 법 개정 작업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환노위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20대 국회 때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가 안 돼 아쉬웠다”며 “논의가 다시 시작된 만큼 법안 통과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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