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사 검사 실명 공개한 민주당의 반헌법적 ‘좌표찍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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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달 24일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 김승원 의원(왼쪽부터), 인권위원장 주철현 의원,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 박범계 의원, 인권위 상임고문 민형배 의원이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을 찾았다가 지검장과의 면담이 불발되자 청사 앞에 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달 24일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 김승원 의원(왼쪽부터), 인권위원장 주철현 의원,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 박범계 의원, 인권위 상임고문 민형배 의원이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을 찾았다가 지검장과의 면담이 불발되자 청사 앞에 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쌍방울 의혹’ 수사 검사 4명 실명 공개

원내 1당, 낙인찍기로 제도적 절차 스스로 부정

더불어민주당 당내 조직인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그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장·2차장·형사6부장·부부장 등 검사 4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옭아매려고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을 회유하고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대책위는 “검찰이 김 전 회장의 주가조작 관련 일부 혐의를 누락해 기소했다”면서 “그 실체가 드러나면 대북사업비 대납 사건으로 둔갑시킬 수 없기 때문이 아니냐”며 음모론도 폈다. 그러면서 해당 검찰 조직도와 검사 4명의 이름을 적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압박하다가 안 될 것 같으니 이제는 김성태씨 압박으로 타깃 변경인가”라며 “당 대표 범죄 수사를 막기 위한 사법 방해에 다수당의 정치권력을 총동원해 집요하게 올인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범죄의 영역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법무부 장관이 정치 공세 선봉장이냐, 수사 개입 당장 중단하라”며 쟁점화를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에도 이 대표 관련 사건 수사 검사들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해 물의를 빚었었다. 당시 검사 16명의 이름과 소속, 얼굴 사진이 담긴 게시물에는 ‘악마집단 같은 검찰·정치검찰 뿌리 뽑자’ 같은 공격적 댓글이 달렸다. 이번에 또다시 수사에 불만을 표시하며 실명을 공개한 것은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또 하나의 ‘좌표찍기’나 다름없다. 온라인에는 이미 해당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피의자 봐주기·조작 검사 탄핵하라’는 인신공격성 글이 이어지고 있다.

좌표찍기에는 반민주적 전체주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중국 문화대혁명 때 마오쩌둥이 홍위병의 ‘표적’ 공격을 부추기려고 내세운 조반유리(造反有理·이유 없는 반항은 없다는 선동구호)식 접근은 합리적 토론과 민주적 절차, 법치를 봉쇄하고 사회를 혐오와 극한 대립으로 몰아갈 뿐이다.

이 같은 좌표찍기는 근본적으로 반법치주의·반헌법적이다. 국회 상임위나 국정감사·조사의 제도를 통해 얼마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음에도 강성 지지층의 공격을 유도·조장·방치하는 길을 택한다면 제도권 정당 스스로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길이다. 국가 제도의 파괴와 무시, 우회야말로 민주주의를 허물어가는 지름길이다. 하물며 국회 의석의 56%, 168석을 보유한 원내 제1당이 할 행태인가. 떳떳하다면 수사에 당당히 응하고, 따질 게 있으면 제도와 절차에 따라 꼼꼼히 짚어 가면 된다.

검찰 역시 혹여라도 그릇된 관행으로 정치적 오해나 빌미를 주게 된다면 수사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일말의 정치적 속셈이나 고려 없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기본을 확실히 견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