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안 기명투표하자"…비명계 "이름 밝히란 선동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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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지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지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 투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언급하자 비(非)이재명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와 수해로 잠잠했던 당내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비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체포동의안이 들어왔을 때 누가 찬성했고, 반대했는지 알겠다는 것이다. 동료 의원에 대한 영장 청구에 이름을 밝히라는 선동”이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민주당 혁신위원회와 검찰독재탄압대책위원회를 향해서도 “성역 지키기 위원회” “개딸 정치 훌리건에게만 사랑받을 행동”이라 싸잡아 비판하며 “부끄러운 민주당”이라고 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도 라디오에서 기명 투표 논쟁을 거론하며 “투표에 동의한 사람에게는 ‘수박’이라며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낙천 운동 같은 게 벌어지고 하지 않겠느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에게 의식하지 말라는 것도 무리라 보이는데, (이 대표가) 괜한 말을 해서 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표결을) 조기에 기명투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라며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혁신위가 체포동의안 표결을 무기명에서 기명 투표로 바꾸자고 제안한 데 힘을 싣는 발언이었다.

외부로 쏠렸던 시선이 최근 당내로 모이면서 비명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수사나 체포동의안 언급은 하면서, 김남국 의원 제명 권고에는 침묵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런 와중 친명계 최고위원이 지난 21일 라디오에서 김 의원 제명 권고에 대해 잇달아 “형평성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박찬대) “쉽지 않다고 본다”(장경태)고 밝히면서, 당 지도부가 ‘김남국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함께 제기된 상태다.

이 대표 측은 이와 관련해 “당내 의원을 저격한 발언이 아니다”라며 진화를 시도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방탄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익명투표 뒤에 숨어 체포동의안에 부결을 찍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며 “그런 악의적인 그림을 방지하기 위해 기명 투표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미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이 대표에 대해 (비명계가) 표 계산을 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비명계 ‘불체포 특권 기명 투표’ 반대 목소리에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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