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프로바이오틱스도 효능 다 달라…장내 생존력 높인 EPS균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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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끈적끈적해 장 점막 접착 능력 75%
스스로 포스트바이오틱스 배양도
면역 조절·변비 개선 등 기능 탁월

체내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환경)을 정상화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다양한 유산균을 통칭한다. 프로바이오틱스의 품질은 생리활성 기능을 높이는 기술이 관건이다. 최근에는 균주 그 자체에서 끈적한 점성을 만들어내는 프로바이오틱스에 주목한다.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로 주목하는 EPS균주다. 한국 연구진이 개발해 프로바이오틱스 등 미생물 연구 분야 세계 최대 국제 학회인 IPC(International Scientific Conference on Probiotics, Prebiotics, Gut Microbiota and Health)에 발표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잠재력을 확장한 EPS균주에 대해 알아봤다.

EPS(Exopolysaccharides) 균주는 살아 있는 생균인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 장 정착 능력, 생존력, 안전성 등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개념의 소재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에 조화롭게 공생하는 EPS균주만의 고유 특성으로 장내 적응력이 높다는 평가다. 특히 어디에나 잘 달라붙는 슬라임처럼 EPS균주가 끈적한 점성의 천연 다당류를 생성해 표면을 감싸줘 장 부착 능력이 뛰어나다. 또 체내 투입했을 때 사멸하기 쉬운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장내 생존력을 높여 생리활성 기능을 강화한 EPS의 균주에 전 세계 프로바이오틱스 학계가 주목하는 배경이다. 실제 EPS균주의 구조 등을 분석한 연구가 프로바이오틱스 등 미생물 연구 분야에서 권위 있는 SCI급 국제 저널인 Microorganisms(미생물)와 Food Science and Biotechnology(식품과학회지)에 게재됐다. 또 끈적한 점성을 지닌 EPS균주가 기존 프로바이오틱스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받아 특허로도 등록됐다.

유익균 증식 돕고 유해균 억제

EPS균주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장내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는 핵심 키워드다. 여러 연구를 통해 EPS균주가 일반적인 프로바이오틱스와 달리 스스로 포스트바이오틱스를 배양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실험실 연구에서 세포벽 주위에 슬라임 같은 점액질이 증가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입증했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자급자족이 가능한 EPS균주가 다른 프로바이오틱스보다 장내에서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 특히 EPS균주가 만든 포스트바이오틱스는 면역 조절, 변비 개선, 콜레스테롤 저하 등 생리활성 기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제품화한 균주마다 ^위산·담즙을 견디는 생존력 ^장 점막에 정착하는 능력 ^유해균의 장 점막 세포 침투 억제력 ^최종 대사 산물 등이 조금씩 다르다. 당연히 프로바이오틱스 균주(Strain)마다 장 건강 개선 등 생리활성 효능에도 차이를 보인다.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다 똑같은 효능·품질 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EPS균주의 장 점막 접착 능력은 75%다. 기존에 우수하다고 알려진 락토바실러스 파라카제이 균주(65%)보다 더 장 점막에 잘 달라붙는다. 일부 프로바이오틱스의 장 점막 접착 능력이 15% 미만인 점을 고려했을 때 차이가 확실하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장내 생존력은 한정적이다. 위장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위산에 프로바이오틱스의 상당 부분 사멸한다. 아무리 많은 양을 투입해도 프로바이오틱스가 장에 도착하기 전에 파괴되면 섭취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장에 도달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장내 환경에 정착하지 못하면 그대로 배설된다.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장내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프리바이오틱스, 신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 등을 추가하는 다양한 공법을 시도하는 이유다. 참고로 해외 직구 제품 중 EPS시스템을 표방한 제품이 있지만, EPS균주와는 전혀 상관없다.

한국인 장에서 추출해 상용화

프로바이오틱스 분야에서 EPS균주의 성장 잠재력은 뛰어나다.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우월한 특징으로 장내 유익균 증식을 돕고 유해균의 활동을 억제한다. EPS균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성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균형을 유도하는 EPS균주의 기능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다. EPS균주는 대표적인 프리바이오틱스 탄수화물로 쓰이는 이눌린보다 장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균을 3.2배나 증식했다. 비피더스균은 무려 13배나 더 많다. 동시에 유해균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의 활동도 배양 40시간 후 67%나 줄었다.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분석했더니 클로스티리디움 디피실균이 활성화해 정 점막이 손상됐고, 염증에 취약해진다. EPS균주로 유해균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 증식을 억제해 복통·설사를 유발하는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PS균주는 장내 유익균을 활성화해 근본적인 장 건강 개선이 가능한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인 셈이다.

장내 공생을 도모하는 EPS균주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 복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을 말살하는 핵폭탄이다. 유익균이든, 유해균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죽인다. 폐렴·패혈증 등으로 항생제를 투약하면 급격한 장내 환경 변화로 속이 더부룩해지고 갑자기 설사를 한다. 장내 유익균을 빠르게 증식하는 EPS균주는 항생제 복용으로 파괴된 마이크로바이옴 회복에 긍정적이다.

건강한 한국인의 장에서 유래했다는 점도 EPS균주의 강점이다. 프로바이오틱스를 포함한 유산균의 생장성은 나라별 식습관, 체질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고추·생강·마늘 등이 든 음식을 즐겨 먹는 한국인은 수입한 원료로 만든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효과 차이는 장기간 섭취할수록 극명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한국인의 장내 환경에 맞춰 강한 장내 집락화를 돕는 EPS균주로 만든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프로바이오틱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건강기능식품이지만, 국내 판매되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상당수는 수입 균주를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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