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글로벌 IT(정보기술) 경기 부진이 완화하더라도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반도체 등 수출이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0여년 간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중국에 비해 크게 약해져서다. 경기에 의존하기보다는 수출구조를 다변화하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수출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중국의 봉쇄조치가 시행된 이후인 22년 4~12월 대비 23년 1~4월 한국의 대중 수출이 감소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중국내 한국산 품목의 점유율 하락 등 경쟁력 요인이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나머지 65%는 중국 자체의 한국산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경기적 요인이었다.
한은 조사국이 세계시장 점유율, 제조업 경쟁력, 수출품 비교우위 등으로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2010년에 비해 2021년 한국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국가별 제조업 경쟁력 지수 순위를 보면 중국은 2010년 6위에서 2021년 2위로 올라섰지만, 한국은 둘 다 4위에 머물렀다. 반면 대미 수출의 경우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오히려 수출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상훈 한은 국제무역팀 차장은 “대미 수출은 자동차ㆍLNG 선박 업종에서 수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성적표를 보면 반도체(-37.4%), 디스플레이(-29.0%) 등 IT품목은 전년동기 대비 수출이 급감했다. 이에따라 전체 수출에서 IT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년 35.1%에서 올해 상반기 29.1%로 크게 낮아졌다. 화공품(-13.6%), 석유제품(-19.5%), 철강금속(-13.5%) 수출도 크게 줄었다. 반면 자동차(+30.9%), 선박(+11.8%)은 호조를 나타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 감소(-12.3%)에 -7.4%포인트(기여율 60%) 기여한 반면, 자동차가 +3.2%포인트 기여해 전체 수출을 소폭 끌어올렸다.
국가별로는 중국(-26.0%), 아세안 5개국(-21.4%), 일본(-10.7%) 등이 1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고, 미국(+0.3%), EU(+4.9%), 중동(+14.0%)은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이런 흐름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지난 6월 기준 대미국 수출 비중은 2002년(20.2%) 이후 가장 높은 17.9%를 기록했다. 대중국 수출 비중은 19.6%로 미국과의 격차가 1.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보고서는 하반기 이후 IT 경기 부진이 완화되더라도 국별 산업구조 및 경쟁력 변화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수출이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대미 수출은 늘어난 것처럼 글로벌 공급망 재편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면 구조적 요인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김 차장은 “중국 경제 구조의 변화로 과거만큼 수출이 회복되긴 어렵겠지만, 반대로 미국ㆍEU 수출은 구조적 요인 때문에 좋아졌다”며 “다만 특정 지역ㆍ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ㆍ기업은 대외여건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출 다변화 유인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