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연체율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증권사의 연체율 오름세가 가파르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5조3000억원으로 전체 금융권의 대출 잔액에 비해서 크지는 않지만, 연체율은 16%에 육박한다.이에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건전성 우려가 있는 증권사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개별 면담 등의 조치를 통해 연체율이 급상승하지 않도록 고삐를 조인다는 방침이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규모 등이 감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선제적으로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뉴스1
금감원은 20일 국내 10개 증권사의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및 기업금융(IB) 담당 임원과 간담회를 갖고 부동산 PF 및 해외 대체 투자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현황을 점검했다. 금감원은 부동산 PF 관련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 채권에 대한 조속히 상각과 부실 우려 PF대출에 대한 외부 매각 등을 주문했다. 또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부동산 익스포저 손실흡수 능력을 사전에 확보하라고 강조했다.
황선오 금감원 금융투자 부원장보는 “과도한 수준의 연체율이 지속할 경우 증권업계 전체에 대한 평판이 악화하며,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라며 “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부동산 PF 연체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7/20/1185f601-a920-40ac-b9dd-2923d7b2b18f.jpg)
금융권 부동산 PF 연체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당초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착시’ 현상으로 인해 실제 위험 수준보다 부풀려졌다는 입장을 보였다. 증권사 전체 PF 대출 잔액 규모가 다른 업권 대비 작아 한두 사업장의 부실이 연체율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동산 PF 위험도가 높다고 평가받고, 실제 과거 위기를 겪기도 했던 저축은행에 대한 연체율 관리에 보다 주력했다. 하지만 증권사 연체율 고공 행진이 이어지자 증권사에 대해서도 관리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5.88%다. 전체 금융업권 연체율(2.01%)은 물론 저축은행 연체율(4.07%)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연체율 오름폭도 가파르다. 2021년 말 3.71%에서 지난해 말 10.38%로 뛴 데 이어 3개월 만에 5.5%포인트 증가했다.
몇몇 증권사는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브릿지론(사업 초기 토지 매입 및 인허가용 단기 차입금) 영업 등을 늘렸는데 부동산 경기 하강 여파로 일부 사업장의 부실이 발생하며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 증권사의 부동산 PF 위험 수준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는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완화되는 모습을 보인다”라며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업 전반의 부동산 PF 관련 위험도는 높지 않지만, 증권사의 신용 등급이나 자본 규모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중소 증권사를 중심으로 위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잔액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7/20/85b2e0e6-6480-4823-b09d-50322474aed9.jpg)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잔액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금융권 전반의 부동산 PF 부실 위기감도 여전하다.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30조3000억원)과 비교해 3개월 만에 1조3000억원 늘었다. 최근 불거진 새마을금고 부실 우려에도 부동산 PF가 도사리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이 포함된 새마을금고 법인대출의 연체율은 올 1분기 9.99%를 기록했다.
손정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부동산 PF가 시스템의 위기로 전이 될 가능성은 작다”라면서도 “일부 사업장의 위기가 금융 시장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위험 징후가 보이는 해외 부동산 관련 펀드 손실 우려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미래에셋그룹의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투자하기 위해 2019년 조성한 증권사 자체투자금 300억원 포함 총 2800억원 규모 펀드 자산의 약 90%를 상각 처리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황선오 부원장보는 “해외 대체 투자는 건별 금액이 많고, 중·후순위 대출 방식으로 투자된 경우가 많아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투자 대상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등 손실 징후가 발생할 경우 재무제표에 적시 반영될 수 있도록 상시적으로 자체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