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낸드플래시 적자 쌓이는데…세계 2위+4위 합병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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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은 키옥시아와WD가 지난 몇달 간의 논의 끝에 8월에 합병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사진은 웨스턴디지털 본사 건물. 연합뉴스

블룸버그 통신은 키옥시아와WD가 지난 몇달 간의 논의 끝에 8월에 합병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사진은 웨스턴디지털 본사 건물. 연합뉴스

글로벌 낸드플래시 2위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와 4위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이 가시화하고 있다. 시장에선 2002년 후 낸드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가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블룸버그통신은 키옥시아와 WD가 이르면 다음 달 합병에 합의할 것이라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WD 낸드 사업부가 분사해 키옥시아와 신설 법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WD는 신설 법인의 지분 50%가량을 소유한다.

합병 법인의 본사는 일본에 두며, 키옥시아 경영진에 의해 운영된다. WD도 경영에 공동 참여하게 된다. 블룸버그는 “두 회사는 수년 동안 서로를 맴돌아왔다. 이들이 힘을 합치면 삼성전자에 도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낸드 시장 자체가 정체되고 기술장벽도 낮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입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위해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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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두 회사가 합병에 성공하면 삼성의 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4%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키옥시아(21.5%), SK그룹(SK하이닉스+솔리다임‧15.3%), WDC(15.2%), 미국 마이크론(10.3%) 순이다.

‘키옥시아+WD’의 합산 점유율은 36.7%로 삼성(34%)을 넘어선다. 인텔 낸드 공장을 인수하며 3위로 올라선 SK하이닉스의 입지 역시 위태로워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선 두 회사의 합병 뉴스가 애초에 반가울 리 없다.

낸드 시장은 ‘구조적으로’ 경쟁 구도다. 삼성전자(43.2%‧트렌드포스)가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SK하이닉스(23.9%), 마이크론(28.2%) 등 3개 메이저 업체가 독과점인 D램과는 다르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 D램 시장은 치킨게임(서로 물러남 없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통해 하나씩 낙오됐지만, 지금 낸드 시장에선 어느 업체도 낙오될 곳 없다”며 “각 나라 주력 반도체 기업들이기에 적자가 지속돼도 정부가 살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속절없이 가격이 하락하지만 D램과 달리 각 업체가 ‘감산’을 선언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급 과잉이 심해지면서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에도 낸드 가격은 3~8% 하락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키옥시아와WD가 지난 몇달 간의 논의 끝에 8월에 합병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사진은 일본 반도체 회사 키옥시아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 통신은 키옥시아와WD가 지난 몇달 간의 논의 끝에 8월에 합병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사진은 일본 반도체 회사 키옥시아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낸드 실적이 악화하면서 반도체 업체들의 적자 규모는 더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지난 1분기 4조58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분기에도 4조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역시 상반기에 6조3000억원대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적자 중 70~80%가 낸드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D램보다 가격 탄력성이 높은 낸드의 특징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업턴 사이클을 만나면 낸드는 가격 회복이 빨라 이때의 ‘과실’을 얻기 위해 서로 버티는 게 유리하다는 셈법에서다.

중국의 추격도 위협적이다. 낸드는 다른 반도체보다 기술 장벽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업체의 추격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얘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추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글로벌 선두 기업의 기술 격차가 D램과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에서는 5년이지만, 낸드는 2년으로 줄어든다. 현재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128단 6세대 낸드를 양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236단 8세대, SK하이닉스는 238단, 미국 마이크론은 232단을 양산하고 있다.

다만 두 회사의 합병 시나리오엔 변수가 있다. 키옥시아와 WD 합병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더라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과거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려 했을 때도 각국의 승인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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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재근 한양대 석좌교수는 “합병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4위 업체의 기술력이 바로 1위로 올라서진 않는다”며 “결국 기술 경쟁력 유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낸드플래시=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으로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자료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플래시 메모리다. 주로 스마트폰‧PC의 주저장 장치로 활용되며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의 개발과 함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02년 삼성전자가 일본 도시바로부터 1위를 빼앗은 이후 현재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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