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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53) 제갈량의 동남풍 한 방에 박살 난 조조의 전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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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넘어져 인사불성이 되자 동오 진영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황급히 의사를 부르고 손권에게 알리며 전군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노숙은 걱정되고 답답한 마음에 제갈량을 찾아와 주유가 갑자기 앓아 누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실로 조조에겐 복이고 강동엔 재앙이 아닙니까?

주유의 병은 내가 고칠 수 있소.

진실로 그럴 수만 있다면 국가를 위해 큰 다행이지요.

노숙은 즉시 제갈량과 함께 주유를 만났습니다. 주유는 제갈량이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기를 바라며 만났습니다. 제갈량이 주유의 병세를 묻자,

사람에게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화복이 있다(人有朝夕禍福)는데 어떻게 몸을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에는 예측 못 할 풍운이 있다(天有不測風雲)합니다. 사람이 또한 어떻게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두 사람의 대화는 언제나 긴장감이 흘러넘칩니다. 제갈량이 주유에게 넌지시 ‘기를 먼저 다스려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주유는 제갈량이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넌지시 제갈량에게 물었습니다.

기를 순하게 하려면 무슨 약을 먹어야 합니까?

나에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즉시 도독의 기가 순해지도록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제갈량은 좌우를 물리치고 붓을 들어 종이에 주유가 병에 걸린 근원을 적었습니다.

‘조조를 무찌르려면 불로 공격하는 수밖에 없어서 모든 준비를 끝냈는데 단지 동풍이 불어주지를 않는구나.’

주유는 매우 놀랐습니다. 아울러 제갈량이 귀신같은 사람임을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이제 병의 근원을 알려주었으니 처방도 즉시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이 말했습니다.

내가 비록 재주는 없지만 일찍이 기문둔갑술을 읽혀 바람과 비를 부를 수 있습니다. 도독이 만일 동남풍이 필요하다면 남병산에 칠성단이라는 대 하나만 세우면 될 것입니다. 그러면 갑자일부터 사흘 밤낮으로 동남풍이 불게 해드리겠습니다.

사흘 밤낮은 고사하고 하룻밤만 세찬 바람이 불어도 큰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주유는 크게 기뻐하며 병석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야말로 제갈량의 일침에 주유의 걱정거리가 뿌리째 뽑혀버렸습니다. 제갈량은 칠성단에서 동남풍을 빌고, 동오의 군사들은 전투준비를 끝내고 주유의 명령만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바람의 방향이 서북쪽으로 바뀌더니 삽시간에 동남풍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제갈량의 기도에 하늘이 응답한 것이었습니다.

칠성단에 올라 동남풍을 부르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칠성단에 올라 동남풍을 부르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칠성단으로 와룡이 올라가니 七星壇上臥龍登
하룻밤 동풍에 강물이 세차네 一夜東風江水騰
공명이 묘책을 베풀지 않았다면 不是孔明施妙計
주유가 어찌 재능을 보였겠는가 周郞安得逞才能

주유는 미심쩍던 동남풍이 불자 해괴하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천지조화를 바꿔 놓고 귀신도 알 수 없는 술법을 펼치는 제갈량이 두려워졌습니다. 제갈량이 있는 한 동오의 안녕(安寧)도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급히 정봉과 서성 두 장수를 불러 명령했습니다. 속히 남병산 칠성단으로 달려가서 불문곡직(不問曲直)하고 제갈량을 죽인 다음 그의 수급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두 장수가 병사들을 이끌고 칠성단에 도착했을 때 제갈량은 이미 자리를 떠나고 없었습니다. 미리 알려둔 조운이 배를 몰고 와서 제갈량을 모시고 가고 있었습니다. 서성이 거짓말로 제갈량을 불렀지만 이에 속을 그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도독이 나를 용납하지 못하고 반드시 헤치려 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소. 그래서 미리 조운에게 데리러 오도록 한 것이오, 돌아가서 도독에게 싸움이나 잘하라고 전하시오.

내가 바로 상산의 조자룡이다. 명령을 받들어 특별히 군사를 마중 나왔는데 네가 어째서 추격해 오느냐? 원래는 단 살에 너를 쏘아 죽일 생각이었다만, 양가(兩家)의 우의를 해치지 않을까 싶어 너에게 솜씨나 보여주겠다.

조운이 쏜 화살은 곧바로 서성의 배에 걸린 돛 끈을 맞혀 끊었습니다. 서성의 배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조운은 돛을 올리고 순풍에 미끄러지듯 날아갔습니다. 유비는 학수고대하던 제갈량이 오자 너무 기뻤습니다. 제갈량은 오자마자 전군에게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조운에게는 오림으로 가서 매복하고 있으라고 하고, 장비에게는 호로곡에서 조조군을 맞이하라고 했습니다. 미축, 미방, 유봉 및 유기에게도 각각 명령을 내렸습니다. 다들 명령을 받고 출발했는데 정작 관우에게는 아무런 군령이 없었습니다. 관우가 참다못해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조조와 주유가 한 판 승부를 겨뤘던 적벽. 사진 허우범 작가

조조와 주유가 한 판 승부를 겨뤘던 적벽. 사진 허우범 작가

나는 형님을 따라 허다한 세월을 싸워왔지만 한 번도 남에게 뒤진 적이 없었소. 오늘 큰 적을 만나게 되었는데 군사가 나를 빼돌리는 이유가 뭐요?

운장! 역정부터 내지 마시오. 나도 원래부터 장군에게 가장 중요한 길목을 맡기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약간 꺼림칙한 것이 있어서 감히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오.

무엇이 걸리신단 말이오?

옛날에 조조가 장군을 매우 후대했다니 장군도 당연히 보답하려 하지 않겠소? 오늘 조조가 싸움에 지면 반드시 화용가는 길로 달아날 터인데 만일 장군을 보냈다가는 반드시 조조를 놓아 보낼 것 같소. 그래서 감히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오.

군사는 별걱정을 다하고 계시오. 당시 조조가 나를 후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이미 안량과 문추를 죽이고 백마현의 포위를 풀어 그에게 갚았소. 오늘 만난다면 어찌 선선히 놓아 보내겠소?

혹시라도 놓아 보낼 때는 어떡하시겠소?

군법에 따르겠소!

관우는 즉시 군령장을 썼습니다. 그리고는 제갈량에게 조조가 화용도로 오지 않으면 어떡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관우도 제갈량에게 지기 싫었던 것입니다. 제갈량도 군령장을 쓰자 관우가 기뻐했습니다. 제갈량은 이를 모르는 듯 한술 더 뜹니다. 관우에게 화용으로 가는 큰 길이 아닌 작은 길에 불을 피워놓고 기다리라고 합니다. 관우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자 제갈량이 웃으면서 말합니다.

병법에는 허허실실이 있다는 말을 못 들으셨소? 조조는 비록 용병을 잘하지만 이렇게 하면 그를 속여 넘길 수 있소. 그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반드시 허장성세(虛張聲勢)라고 생각하고 이 길을 따라올 것이오. 그러니 장군은 살려 보내면 아니 되오.

마침내 관우도 출발했습니다. 유비는 관우가 의리가 깊어 조조를 놓아 보낼 것을 걱정하였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이 조조는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았기에 관우가 인정을 베풀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임을 알려주었습니다. 또다시 제갈량의 신묘한 계책이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하게 해줍니다.

화공에 불타는 조조군의 전함. 출처=예슝(葉雄) 화백

화공에 불타는 조조군의 전함. 출처=예슝(葉雄) 화백

한편, 주유는 동남풍이 불자 전군에 공격명령을 내렸습니다. 황개가 먼저 나섰습니다. 황개는 조조에게 밀서를 보내고 계획대로 배를 몰았습니다. 조조는 기쁜 마음으로 황개군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참모 정욱이 황개의 배가 빠르게 오는 것을 보고는 위장(僞裝)임을 알았습니다. 조조군이 정지시켰을 때는 너무 늦었습니다. 황개군이 몰고 온 배들로 화공이 시작되었습니다. 조조군의 배들은 연환계로 묶여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조조는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꿈속에서도 즐거웠던 천하통일이 커다란 싸움 한 번 없이 이토록 순식간에 무너지다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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