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선언' 취지 담긴 국방수권법 美하원 통과…논란된 낙태 정책도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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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14일(현지 시간) 국방수권법안(NDAA)을 처리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14일(현지 시간) 국방수권법안(NDAA)을 처리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8860억 달러(약 1127조원) 규모의 내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지난 14일(현지시간) 가결했다. 국방수권법은 미 의회가 매년 채택하는 일종의 국방 예산 계획서로, 그해 10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미 국방 예산의 용처와 정책 방향을 담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날 가결된 하원의 NDAA에는 “한국에 배치된 미군 약 2만8500명 규모를 유지하고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활용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는 것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한다”는 전년도 내용이 동일하게 포함됐다.

새 법안에는 수정 과정에서 지난 4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서 발표한 한·미 간 대북 확장억제 강화 방안인 ‘워싱턴 선언’에 대한 언급도 포함됐다고 한다. 워싱턴 주재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한·미 정상이 채택했던 워싱턴 선언에서 강조한 대로 핵 억제와 관련한 더 심도 있는 공조를 통해”라는 취지의 문구가 포함됐다. 미 의회 차원에서 워싱턴 선언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하원 통과안에는 미 국방부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표시한 지도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상·하원이 각각 의결해 병합하는 국방수권법은 1961년 이래 여야 합의로 초당적으로 처리돼 왔다. 하지만 이번엔 이런 관행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미 CNN은 지적했다. 하원 통과안은 찬성 219표, 반대 210표로 가결됐는데,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각각 4명의 의원만이 상대방의 수정안에 동의했을 뿐 대부분이 당론에 따라 투표했다. 수정안 심의 과정에서 군인의 낙태 시술시 여행 경비 등을 국방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민주·공화당은 첨예하게 부딪혔다. 최종안은 지원을 금지하도록 했다. 우크라이나에 비인도적 무기인 집속탄 지원을 금지하자는 수정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놓고 상원에선 추가적인 진통이 예상된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과 달리 상원은 민주당이 우세하다. 미 국방 예산이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선 오는 9월 30일 이전에 상·하원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CNN은 “상원과 하원 양쪽에서 법안 내용을 놓고 치열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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