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준비 초등생 학원비 월 58만원…유학 준비보다 비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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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이사한 이모(44)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의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보내는 게 첫 번째 과제다. 그의 아들은 국어·영어·수학·과학·피아노·테니스 학원에 다닌다. 월 학원비만 150만원이 넘는다. 이씨는 “지금 아들이 수학의 정석을 배우는데 과학고나 영재학교 준비반은 이미 미적분을 한다더라”며 “주변에 보면 빠른 사람들은 유치원 때부터 교과과목 과외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11일 교육부·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의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교에 따라 초등학생 때부터 월 60만원에 가까운 사교육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해 1인당 사교육비를 집계한 것으로, 이씨의 자녀처럼 사교육을 받는 학생으로만 한정하면 학원비 평균 지출은 더욱 늘어난다.

지난해 자사고 진학을 원하는 초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8만원으로 집계됐다. 해외유학을 준비하는 초등학생이 사교육비로 월평균 56만원을 썼는데, 이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외·국제고는 53만원, 과학고·영재고는 52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일반고(33만원)나 특성화고(30만원) 진학을 희망하는 초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와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대학교 입시가 최종 목표라지만, 실질적인 ‘사교육 전쟁’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다는 의미다. 원하는 고등학교를 정해 놓고 일찌감치 입시 준비를 시작하면서 사교육비 부담이 더욱 치솟는 모양새다.

지역에 따른 편차도 크다. 서울에서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초등학생이라면 월평균 사교육비가 72만원까지 치솟는다. 과학·영재고, 외·국제고 등을 위해서도 매달 학원비로만 68만원가량을 평균적으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경남은 사교육비로 1인당 월평균 31만원을 썼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나이가 점차 어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입시가 과열되면서 소모적 경쟁을 일찌감치 시작하다 보니 부모 입장에선 양육 부담만 늘었다는 지적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과학고나 자사고 등이 서울대·의대 진학률이 높다 보니 고교 입시부터 경쟁이 심해졌다”며 “사교육계에선 초등학교 의대 입시반을 만드는 등 소모적인 입시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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