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술술 읽는 삼국지](52) 인생이 얼마이뇨, 술 마시며 노래 부르자!

중앙일보

입력

술술 읽는 삼국지’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방통은 동오의 계략을 간파당하자 소스라치게 놀라서 돌아보았습니다. 다름 아닌 서서였습니다. 방통은 오랜 친구인 서서를 보자 놀란 가슴을 추스르며 마음을 놓았습니다. 마침 주변에는 사람도 없고 단 둘뿐이었습니다.

네가 만일 나의 계책을 누설한다면 불쌍한 강남땅 81개 고을의 백성은 모두 네가 죽이는 것이다.

하하. 이곳에 있는 83만 인마의 목숨은 어떡하고?

서서! 정말 나의 계책을 일러바칠 셈이냐?

나는 유황숙의 두터운 은혜를 잊은 적이 없다. 조조는 나의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했다. 나는 죽을 때까지 한 가지 계책도 베풀지 않겠다고 이미 말했다. 이제 와서 어찌 형의 계책을 누설하겠느냐? 다만 나도 군사를 따라 여기 있으니 패전을 한다면 옥석을 가리지 않을 터인데 나라고 어찌 무사하겠느냐? 자네가 나에게 이곳을 빠져나갈 방도만 가르쳐 준다면 나는 즉시 아무 말 않고 멀리 피하겠다.

서서. 출처=예슝(葉雄) 화백

서서. 출처=예슝(葉雄) 화백

방통은 웃으면서 서서에게 피할 방도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서서도 기뻐하며 방통을 배웅했습니다. 서서는 그날 밤에 측근들을 남몰래 각 영채로 보내어 헛소문을 퍼뜨리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영채 안에서는 삼삼오오 모여서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조조에게까지 보고가 되었습니다.

서량주(西涼州)의 한수와 마등이 모반하여 허도로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군중에 떠돌고 있습니다.

내가 군사를 이끌고 남정을 시작하면서 속으로 걱정한 것은 한수와 마등 뿐이었다. 군중에 떠도는 헛소문이 비록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방어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저는 승상께서 거두어 써 주시는 은혜를 입었지만 한스럽게도 조그만 공도 세우지 못해 은혜를 보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하오니 3천 인마만 내려주십시오. 밤을 도와 산관(散關)으로 가서 요충을 지키다가 만일 긴급한 일이 생기면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만인 서서가 간다면 내 마음이 놓이겠다. 산관 위에도 군사가 있을 터이니 공이 거느리도록 하게. 당장 3천명의 기병과 보병을 주고 장패에게 선봉이 되도록 명하겠으니 밤을 도와 달려가게. 지체하면 아니 될 것이야.

서서는 즉시 적벽에서 벗어났습니다. 방통의 귀띔이 그대로 적중한 것이었습니다. 조조는 서서를 보내고 북쪽의 일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동오와의 결전을 위해 영채를 둘러보았습니다. 전함과 군사들은 질서정연하게 출정준비를 마쳤습니다. 날씨는 맑고 물결도 고요했습니다. 날이 저물자 보름달도 교교하게 떠올랐습니다. 조조는 배 위에서 술자리를 마련하고 장수들과 함께 주연을 열었습니다. 조조는 편안하고 기뻤습니다.

나는 의병을 일으키면서부터 국가를 위해 역적들을 제거하여 사해(四海)를 청소하고 천하를 평정하려 하였는데 아직 평정하지 못한 곳은 강남뿐이다. 이제 나에게는 백만이나 되는 대군이 있고 게다가 명령에 따라 움직여 주는 여러분이 있으니 성공하는 것쯤 무엇하러 걱정하겠느냐? 강남을 정복한 다음에는 천하가 무사할 터이니 제공(諸公)들과 함께 부귀나 누리며 태평세월을 즐겨야겠다.

하루빨리 개선가를 부르고 우리 모두 종신토록 승상의 비호를 받으며 살고 싶은 것이 소원입니다.

조조는 크게 웃었습니다. 좌우의 모든 장수도 기뻤습니다. 연회는 밤중까지 계속되었고, 술잔이 연회장에 넘쳐났습니다. 거나하게 취한 조조가 삭을 들고 뱃머리에 섰습니다. 술을 강물에 부어 신에게 제사를 드린 다음 자신이 석 잔을 마시고 감개무량한 마음에 즉흥시를 읊었습니다.

뱃머리에서 삭을 들고 시를 읊는 조조. 출처=예슝(葉雄) 화백

뱃머리에서 삭을 들고 시를 읊는 조조. 출처=예슝(葉雄) 화백

술 마시며 노래 부르자. 對酒當歌
인생이 얼마이뇨? 人生幾何
아침이슬과도 같은 것 譬如朝露
지나간 날이 너무 많구나. 去日若多
개탄하고 탄식해도 慨當以慷
근심을 잊기 어렵구나. 憂思難忘
무엇으로 시름을 덜거나 何以解憂
오직 술뿐이로다. 惟有杜康
달은 밝고 별은 드문데 明月星稀
까막까치는 남쪽으로 날아가네. 烏鵲南飛
나무 주위를 아무리 돌아도 繞樹三匝
앉을 만한 가지 하나 없구나. 無枝可依

조조가 강 위에서 연회를 연 장면에서 모종강이 한마디 말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천하에 가장 실망스러운 일이 생기려면 반드시 가장 즐거운 일이 먼저 생기게 마련이다. 조조가 긴 창을 걸쳐 잡고 노래를 부르던 때는 바로 소망이 뜻대로 이루어져 의기가 충만해 있던 때이다. 그런데 그는 노래에서 ‘근심 걱정을 못 잊겠구나.’ 했고, 또 ‘무엇으로 시름을 덜까’ 했으며, 또 ‘가슴 속에 이는 걱정’이라고 했다. 응당 즐거워야 할 때 어째서 걱정을 했을까? 대개 즐거움 속에는 걱정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예기(禮記)의 단궁(檀弓)에 말하기를, “기쁜 일이 있으면 마음이 즐겁고, 마음이 즐거우면 노래가 나오고, 노래가 나오면 몸이 움직여지고, 몸이 움직여지면 춤을 추게 되고, 춤을 추면 마음이 허전해지고, 마음이 허전해지면 슬퍼지고, 슬퍼지면 탄식이 나오고, 탄식이 나오면 가슴을 치게 된다.”고 하였다.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날아간다는 것만이 남정에 실패한다는 조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강에서 술잔치를 벌인 것부터가 반드시 걱정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다음날 조조는 수군영채의 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매우 기뻤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필승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참모인 정욱이 만일에 벌어질 화공책을 걱정했습니다. 조조는 지금은 한겨울이라 바람의 방향이 동오쪽으로 불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치밀한 조조이기에 그쯤은 다 계산에 넣어두었던 것입니다. 초촉과 장남이 선공에 서겠다고 주청하자 조조는 승낙하였습니다. 주유도 한당과 주태를 선봉으로 배정하였습니다. 드디어 선봉장끼리 붙었습니다. 결과는 동오의 승리였습니다. 주유는 조조의 영채 중앙에 세워놓은 황색 깃발이 바람을 못 이겨 부러지면서 강물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주유는 크게 웃으며 좋아했습니다. 이 광경을 본 조조는 어떠했을까요. 나관중본에는 조조의 즉각적인 행동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주태. 출처=예슝(葉雄) 화백

주태.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의 장병들은 중앙의 누런 깃발이 부러지자 저마다 놀라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겼다. 조조도 속으로 기분이 상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명령을 내렸다.

“사람들을 홀리는 자는 목을 자른다!” 그리하여 장병들의 마음이 겨우 안정되었다.’

한편, 주유가 한참 조조군이 있는 북쪽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세찬 바람이 몰아치며 옆에 있던 깃발의 끝을 말아 올려 주유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주유는 갑자기 잊고 있던 생각이 떠오르는 듯 외마디 소리를 크게 지르며 뒤로 넘어져 피를 토했습니다. 정신을 잃고 장수들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조조와의 일전을 앞둔 긴박한 때에 주유가 쓰러졌으니 동오는 그야말로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