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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디로 가고…’ 크고 묵직한 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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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최근 개봉한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세대 간 빛나는 연결을 그린다. 세대 단절이 극심한 요즘 드문 수작이다. 주인공은 제자를 구하려다 숨진 교사의 아내. 배우 박하선이 연기한 그는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이를 갖자던 남편은 왜 남의 아이를 위해 희생했을까. 영화 말미 아파트 우편함에 꽂힌 편지 한 통이 엉켜있던 마음을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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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경 선생님 사모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누리중학교 1학년 5반 권지용 학생의 누나 권지은이라고 합니다”라며 시작한 편지는 손글씨가 엉망이라는 사과부터 한다. 갑작스레 반신마비가 왔다고, 부모 없이 단 둘뿐이던 죽은 동생이 사무치게 그립다고, 그 그리움조차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한다. “평생 감사드리는 건 당연한 일이고, 평생 궁금해하면서 살겠습니다. 그때 권도경 선생님이 우리 지용이의 손을 잡아주신 마음에 대해 생각을 하면 그냥 눈물이 날 뿐, 저는 그게 뭔지 아직 잘 모르겠거든요”라면서다.

지은의 편지는 꿈속의 동생이 들려준 다정한 당부를 ‘사모님께’ 건네며 끝맺는다. “혼자 계시다고 밥 거르지 말고 꼭 챙겨 드세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솔직한 사과와 진심 어린 위로다. 아직 어린 지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김애란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편지글로만 나온 누나 캐릭터를 공들여 살려냈다. 김희정 감독은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교단 경험을 살려 원작을 확장했다. “아이들을 가르쳐보면 학기 초와 말이 달라요. 배우려 하고 열려 있죠.” 세대에 이름 붙여 가르기 바쁜 시대, 교육 현장에서 길어 올린 생생한 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