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개방형 공직, 연봉 상한 폐지…민간 인재 적극 영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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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부처 인사 유연성.자율성 제고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부처 인사 유연성.자율성 제고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장차관보다 고연봉 허용, 승진 연한도 단축

공직사회 개혁 청신호, 현장 실천이 더 중요

앞으로 장차관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공무원이 나올 수 있게 됐다. 중앙부처 과장급인 4급 이상 임기제 공무원의 연봉 상한을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민간 우수 인재를 고연봉 상위직 공무원으로 영입해 공직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일반 공무원 가운데 업무 역량이나 성과가 뛰어난 경우에는 고속 승진의 길도 열어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9급 공무원이 중앙부처 국장급인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려면 최소 16년이 걸렸지만 이를 11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인사혁신처가 최근 발표한 ‘부처 인사 유연성·자율성 제고 종합계획’의 내용인데 저연봉, 승진 적체에 갈수록 공직의 인기가 하락하는 터라 만시지탄의 감조차 있다.

현재 정부에선 민간을 포함한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개방형 공무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공개 모집인 개방형 직위에는 민간 전문가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 출신이 대부분을 독식하면서 ‘무늬만 개방형’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중앙일보가 정부 중앙부처 18곳에서 감사관(감찰관) 인사 현황을 분석했더니 민간 출신을 임용한 부처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끼리끼리 챙기는 공직의 배타적 문화가 원인이었다. 민간에서 고연봉을 받는 전문가가 굳이 저연봉을 감수하며 개방형 직위에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정부는 지금 한국의 우주산업을 주도할 컨트롤타워로 우주항공청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우주 발사체와 탐사선은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다. 필요하다면 돈을 아끼지 말고 국내외에서 최고의 인재를 불러 모아야 한다. 이럴 때 낡은 인사·연봉 제도가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보건·의료 전문가의 중요성도 커졌다. 인사혁신처가 우주항공이나 보건·의료 등에서 전문가를 영입할 때 해당 부처에 연봉 결정의 자율권을 주기로 한 건 그래서 바람직하다.

공무원의 최저 승진 연한을 단축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민간기업에선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과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도입한 지 오래다. 공무원 조직도 시대의 변화를 피할 수 없다. 유능한 공무원에게 승진의 기회를 넓혀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직무성과급제를 통해 연봉도 성과에 걸맞게 과감히 올려줘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발표한다고 해도 제도와 현실이 따로 간다면 소용이 없다. 중요한 건 현장의 실천이다. ‘무늬만 혁신’에 그치면 곤란하다. 실제로 파격적인 연봉으로 민간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사례가 나와야 한다. 이렇게 영입한 인재가 보수적인 공직 분위기를 뚫고 고연봉에 걸맞은 성과를 내도록 지원과 배려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다른 부처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극을 받고, 국민도 공직사회 개혁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