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락공원 ‘회크닉’ 금지…주민 “환영” 횟집 “문 닫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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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구역으로 지정되기 전 부산 수영구 민락 수변공원의 모습. 방문객이 빽빽하게 둘러앉아 술과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 수영구]

금주구역으로 지정되기 전 부산 수영구 민락 수변공원의 모습. 방문객이 빽빽하게 둘러앉아 술과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 수영구]

지난 2일 오후 8시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민락수변공원. 지난 1일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공원 입구로 들어서자 곳곳에 ‘주류반입 금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이곳은 금주 구역으로 지정돼 음주 시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방송도 주기적으로 들렸다.

공원 안에는 몇몇 시민이 모여 앉아 광안대교와 해운대 고층빌딩 야경을 바라보며 회나 매운탕을 콜라 등 음료수와 함께 먹고 있었다. 또 다른 시민은 바닷바람을 쐬며 산책하거나 달리기를 했다. 하지만 그 수는 손으로 헤아릴 정도여서 노란 조끼를 입고 음주를 단속하는 구청 공무원이나 경찰 등이 더 많이 보일 정도였다.

음주를 허용했던 지난달 말까지와 비교해보면 ‘썰렁하다’고 할 정도로 사람이 준 모습이었다. 친구들과 이곳을 찾은 박연수(45·여)씨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가족이나 친구끼리 얘기를 나눌 수 있어 금주구역 지정이 반갑기도 하지만 인근 횟집에서 회 한 접시를 가져와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낭만은 사라진 것 같아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광안대교 야경과 밤바다를 보며 ‘회(膾)크닉’(생선회+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부산의 핫플레이스로 여겨졌던 민락수변공원이 음주 청정지역으로 바뀌면서 환영과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민락수변공원은 1997년 문을 연 이후 2010년부터 광안대교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찾았다. 특히 공원 인근에 있는 회센터에서 싼 가격에 회를 떠 오거나 배달을 시켜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어느 순간 ‘술변공원’이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고성방가와 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게 됐고, 구청과 시청 게시판 등에는 관련 민원이 계속 제기됐다. 결국 수영구의회에서 지난해 10월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통과되면서 민락수변공원이 금주 구역으로 지정됐다.

시민 반응은 엇갈린다. 회사원 김영수(54)씨는 “몇만 원이면 회 한 접시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밤바다와 야경을 볼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주부 신지영(38)씨는 “여름이면 산책을 나왔다가 소음과 쓰레기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녔는데, 그런 모습이 싹 사라져 다행이다”고 말했다.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공원이 금주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수변공원 앞 회센터는 발길이 뜸했다. 한 횟집 주인은 “주말과 휴일 밤 시간대 손님이 95%가량 줄었다”며 “코로나19 3년을 버티고 올해부터 장사를 좀 해보려고 했는데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문을 닫아야 할 가게가 여럿 나오게 생겼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 아파트 상가나 ‘밀락 더 마켓’ 등은 대조적이었다. 금주구역에서 술을 마실 수 없게 되자 간단한 요기를 한 뒤 인근 상가 등으로 술을 마시러 가는 ‘풍선효과’가 생긴 것이다.

수영구 관계자는 “앞으로 클래식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콘텐트를 마련하는 한편 ‘음주 청정 구역’에 어울리는 환경 개선 사업을 하면 방문객이 늘어나 주변 상권도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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