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 애플의 지난 6일(현지시간) 기준 시가총액(시총)은 3조200억 달러(약 3953조원)입니다. 시총 기준 세계 1위 상장사로 이 정도면 국내 코스피 상장사(시총 2039조원)를 두 번이나 살 수 있는 규모에 육박하죠. 올해 1분기 애플의 매출액은 948억 달러(약 124조1000억원). 같은 기간 삼성전자(시총 427조원)의 매출(64조원)에 비하면 수익 규모는 2배 정도지만 기업가치는 9배를 넘어섭니다. 이렇게 두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기업가치에 ‘초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살펴보면 미국 빅테크 기업 주식에 전 세계 큰손의 자금이 몰리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빅테크 기업 주가가 연초부터 거침없이 오르다 보니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과열된 주가는 단기적으로 조정을 겪게 마련이죠. 그런데도 상당수 증시 전문가는 올해 2분기(4~6월) 실적 발표를 앞둔 7월 말~8월 초에 빅테크 기업 주식 보유를 권합니다. 지난 5월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엔비디아의 낙관적인 2분기 실적 전망치 발표로 빅테크·반도체 기업 주가가 탄력을 받는 등 인공지능(AI) 붐이 일었죠. 이때를 놓쳤다면, 2분기 실적 시즌이야말로 빅테크 기업 투자의 최적 타이밍이란 겁니다.
머니랩은 이번 달부터 빅테크 기업이 왜 증권가의 주목을 받는지, 그 경제적 배경을 짚어보겠습니다. 또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구글)·메타플랫폼스(옛 페이스북)·아마존 등 개별 빅테크 기업의 사업 현황과 재무 지표 분석으로 기업별 투자 포인트도 체크하겠습니다. 숲과 나무를 모두 함께 보자는 얘기죠.

제러미 리프킨이 말한 제3의 산업혁명 시대 기업이라고 한 글로벌 빅테크. 블룸버그
📍7월 맞은 증권가, 왜 빅테크에 주목하나
①빅테크 기업에 유리하게 전개될 통화정책
지난해까지 빅테크 기업 주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에 크게 좌우됐습니다. 미래의 정보기술(IT)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은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로 성장성을 입증해야 주가도 오를 수 있는 운명인데요. 이런 기업에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건, 상당량의 논물이 필요한 논에 가뭄이 온 것처럼 생육 환경이 척박해진다는 것이죠. 주요 빅테크 기업이 상장한 나스닥 지수는 지난 한 해에만 34% 하락했습니다.
이젠 빅테크 기업 주가 상승을 제약했던 ‘긴축 리스크’가 걷히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거시 환경의 변화입니다. Fed는 올 연말 기준금리를 연 5.6%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현재 기준금리가 연 5.0~5.25%이니 추가 금리 인상이 있어도 두 차례에 그칠 것이고, 인상 폭도 0.5%포인트 정도로 전망되고 있지요. 증시에선 불확실성이 걷힌 리스크는 더는 리스크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장은 이미 이 정도의 금리 인상은 주가에 반영했다는 평가가 많죠. 여기에 미국의 5~6개월 뒤 경기를 가늠하는 경기선행지표가 바닥을 다지고 상승 기조로 돌아설 채비를 하는 상황도 빅테크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경기 침체 논란은 최근 수개월간의 경제지표 호조로 기각되고 있다. Fed의 고강도 긴축 정책 소환 가능성도 물가 지표를 보면 찾기 어렵다. 올해 1분기 놀라운 실적 개선세를 보여준 빅테크가 이번에도 선전할 확률이 높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지금이 AI 붐에 편승할 최적의 타이밍이다.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
②7말~8초 실적 시즌, AI 붐 재점화?
챗GPT(ChatGPT)가 포문을 연 생성형 AI(이용자 요구에 결과를 생성하는 AI) 시장은 빅테크 기업 주가 상승을 이끌 핵심 재료로 꼽힙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은 지난해부터 연평균 32%씩 성장해 2031년이면 1265억 달러(약 165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입니다.
증권가가 이 시장에 주목한 계기는 지난 5월 24일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 발표였는데요. 회사가 2분기 매출액 전망치(가이던스)를 50% 이상 높게 잡으며 관련 섹터의 성장성을 강하게 보여준 것이죠.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데이터센터 기능이 생성형 AI와 가속 연산(컴퓨터의 연산을 빠르게 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함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③그래도 연초부터 너무 달렸는데…
지난 6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421.03달러)는 연초 종가 대비 194.1% 올랐습니다. 긴축 리스크가 걷히고, 생성형 AI라는 강력한 성장 엔진을 갖춰도 이런 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겠죠. 증시 전문가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단기적 조정을 거치더라도 상승 추세에 접어든 것은 확실하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판단입니다. 시장이 상승 추세를 의심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죠.
조지 소로스가 만든 붐-버스트 모델(Boom-bust model)에 현재 상황을 대입하면, 시장이 고평가된 빅테크 기업 주가의 추세적 상승 가능성을 의심했다가, 잇따른 ‘어닝 서프라이즈’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주가가 많이 오르는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증시의 빅테크 쏠림 우려는 강세장 초기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단기적으로는 약간의 주가 되돌림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올해 2분기를 바닥으로 이익이 반등한다고 볼 때, 실적 시즌 직전에는 빅테크와 반도체 관련주 주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신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