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현의 미국서 보는 중국] 중국은 왜 더 센 반간첩법을 도입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9기 중앙위원회를 대표해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보고하고 있다. 신화통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9기 중앙위원회를 대표해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보고하고 있다. 신화통신

7월부터 시행되는 강화된 ‘반간첩법(反间谍法)’에 미국 및 서방 국가들이 꽤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도 관련 웨비나에 참석했는데, 참석자들의 불안감이 상당했다. 국가 안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모호해 중국 당국의 자의적 해석 공간이 크기 때문에 불안감이 가중되었다. 심지어 한 다국적 회사 중역은 “이제 주재원을 중국에 파견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은 중요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중국 정부는 이미 광범위한 간첩 단속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데, 왜 굳이 이런 법을 공식화할 필요성을 느꼈을까? 법 제정 이전에도 중국 정부는 국내외 스파이 혐의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주저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중국 관영 광명일보(光明日報)의 둥위위(董鬱玉) 부편집국장이 베이징에서 외국 외교관과 점심을 먹다가 식사 자리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New York Times, 2023.4.24). 마찬가지로 아스텔라스(アステラス) 제약의 일본인 임원이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중국에서 구금되어 2014년 이후 이 법에 따라 체포된 16번째 일본인이 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중국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이러한 사례로 보아 중국은 이미 이 법 없이도 유사한 조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는데, 왜 굳이 이 법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 주석은 ‘법에 의한 통치’(依法治國)라는 슬로건을 자신의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반간첩법 강화는 ‘국가 안보’의 해석을 확대하고 중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모두를 사법 처리의 범주에 포함함으로써 이러한 목적 달성을 촉진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의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 입장에선 국내 권위를 강화하고 해외에 ‘강한 중국’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목적도 있다고 사료된다.

둘째, 이 법은 중앙 정부의 지방 정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법은 지방 정부가 베이징 중앙 정부의 지시를 엄격히 따르도록 하는 효과를 낳는다. 시진핑 주석은 근년 줄곧 데이터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앙 정부의 정책 문건과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지방 공무원들에 대한 감시와 보안을 강화했다. 이 법은 지방 정부 관리들에게 정보 보안 및 대외 유출에 대한 단속 강화가 되며, 궁극적으로는 시 주석에 대해 충성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게 된다.

개정된 반간첩법은 ‘국가 안보와 이익’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광범위한 활동을 제재할 수 있는 더 큰 영향력을 중국 당국에 부여한다. 구체적으로 이 법의 제6조는 공안, 국가보밀국(國家保密局), 군대 등 중국의 국가안보 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 강화’를 명시하고 있다. 중국의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러한 ‘다기관 협력’은 부처 간 정보 교환을 원활히 하고, 단속 권한과 수사 방법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법의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측면은 제55조에서 찾을 수 있는 자수와 포상 조항이다. 스파이 활동과 연루된 사람이 자수하고 상당한 공로를 세우면 처벌이 완화되거나 오히려 포상을 받을 수도 있다. 서방의 중국법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수 유도 조항에 관해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개정안이 대간첩 업무에서 국가 보안 기관의 조사 및 처분 권한을 크게 강화했다는 점이다. 이 법은 스파이 활동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의 개인 소지품, 문서, 컴퓨터 데이터 및 자료를 검색하고 접근하는 것을 포함하여 개인에 대한 조사를 허용한다. 학자들도 중국 입국 시 노트북 컴퓨터 자료를 통째로 검색받을 수 있다. 특파원들의 중국 내 탈북자 취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법은 또한 행정 처분을 확대하여 간첩 활동과 관련된 사소한 위반에도 벌금을 부과한다. 또한 견책, 비난, 임시 구금 또는 허가 취소와 같은 처벌을 포함하여 스파이 활동에 연루된 사람들의 법적 책임을 높였다. 이는 경고 수준의 범죄를 명문화하여 억지력을 강화한다.

이 법안이 데이터 보안을 높이는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휘하에서 데이터는 국가 주권의 한 측면으로 간주하여왔다. 매월 네트워크 보안 회의가 개최되며, 빅데이터는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경쟁에서 공급망 모니터링은 매우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중국 당국은 미국의 실사 회사인 민츠(Mintz) 그룹의 사무실을 급습하여 특정 중국 공급망 정보를 빼내려는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 정부는 공급망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과의 경제 및 기술적 경쟁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반간첩법은 정부 공무원뿐만 아니라 모든 중국 시민과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중국 유학생과 중국 거주자들은 중국인 친구나 동료와의 교류에 주저하게 되었다. 외국 유학생의 배경과 신원 조사가 더욱 엄격해졌다는 소문도 있다.

또한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이 중국 국유 기업 경쟁사에 대한 정보 수집을 시도할 경우 스파이 혐의로 기소될 위험이 있다. 반간첩법 개정으로 이러한 우려가 더욱 증폭되어 중국 공무원과 국유 기업 직원들은 외국 기업과의 이메일 등 소통에 더 큰 주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대외 개방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지만, 이 법은 감시와 통제를 통해 해외로부터의 위협을 차단하는 것을 우선시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반적으로 시진핑 주석의 지도하에 중국의 국가 정보 활동은 제도 개혁, 기관 통합, 안보 개념의 확장과 적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대내외 문제에 통합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 법은 중국 경제와 관련된 민감 사항인 청년 실업률, 국유기업 부채 비율 등을 비공개로 처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대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투명성 증가로 인해 국제 연기금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고, 중국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반간첩법은 ‘터프’하고 강한 중국 이미지를 세계에 전달하려는 시도를 반영하지만, 이는 오히려 체제 위협에 대한 불안의 반영일 수도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서방의 중국 사회의 전반적인 ‘안보화(securitization)’ 우려를 고조시킬 수 있다.

이성현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더차이나칼럼

더차이나칼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