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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KBS 수신료 분리징수…공정보도·방만경영 쇄신 전기 되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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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여의도 KBS 본사. 뉴시스

서울 여의도 KBS 본사. 뉴시스

방통위, 시행령 개정…전기료 고지 대신 자체 징수해야

‘무보직 억대 연봉’ 개선, 수능 연계 EBS 지원 방안 필요

전기료와 통합 징수해 온 KBS 수신료를 따로 떼어 징수하도록 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어제 이런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이달 중순부터 시행될 전망이지만, 실제 분리징수 시행 시기는 KBS와 징수 위탁계약을 맺은 한전이 협의해 정하도록 해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분리징수로 바뀐다고 시청자가 당장 수신료를 안 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수신료에 대해 특별부담금과 같은 성격을 인정한 바 있어 징수 방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KBS는 분리징수로 바뀌면 수신료 수입이 급감할 것이라며 재난방송 등 공영방송의 역할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기요금에 통합해 마치 세금처럼 징수하는 제도가 1994년 도입된 이후 수신료 수입은 급증해 지난해 약 69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소수 지상파 채널만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방송 채널뿐 아니라 인터넷TV 등 유료 플랫폼과 OTT(인터넷망의 콘텐트)까지 시청자의 선택이 대폭 확대됐다. TV를 보는데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 ‘KBS를 보지도 않는데 왜 시청료를 강제로 내느냐’는 여론이 있던 게 사실이다. 일부 해외에선 공영방송 시청료를 징수원이 돌아다니며 거두거나 온라인 납부한다. 영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BBC의 수신료를 폐지하기로 하고 대체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다.

KBS는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는 지적을 진정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방만 경영과 편파 방송 논란이 대표적이다. 억대 연봉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데, 무보직 상태로 억대 소득을 챙기는 사람만 30%가량인 1500명에 달했다. 그런데도 자체 인력 구조조정 등 개혁의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시청료 대폭 인상을 추진해 역풍을 자초했다. 특정 정파에 치우친 편향 방송과 불공정 보도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도 고대영 전 KBS 사장 해임 처분이 위법했다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시사프로 진행자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불법 해임 관련 인사들이 침묵하고 있다’고 클로징 멘트를 하자 홈페이지의 다시보기를 삭제해 물의를 빚었다.

지금의 위기가 자업자득인 만큼 경영 정상화 노력과 공정한 보도로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KBS의 시청료 수입은 갈수록 낮아질 것이다. 정부·여당 역시 방송 길들이기 시비가 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KBS 2TV 폐지론을 들고 나온 것은 성급하다. 시청료 분리징수 방안이 짧은 기간에 서둘러 추진되면서 KBS 시청료의 일부를 지원받아 온 EBS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정한 정부가 EBS 교재와 강의를 대입 수능에 50% 연계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징수 체계 변화에 따른 후속 보완 대책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