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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뮤지컬의 성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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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할리우드 스타들의 방한이 부쩍 잦아졌다. 톰 크루즈·마고 로비 등등. 한국에 대한 그들의 애정 공세도 놀랍다. 한국말 인사, 한식 칭찬은 기본이다. K콘텐트에 대한 팬심 고백도 단골이 됐다.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상대 이야기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노린 콘텐트라면 더욱 그렇다. 기획·제작 단계부터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 K팝 그룹이 외국인 멤버를 영입하는 전략이 한 예다. 아시아에서도 흥행한 ‘신과함께’ 김용화 감독은 시나리오부터 타민족·역사 묘사가 문제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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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뮤지컬에서 색다른 ‘한류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외국 인물과 역사를 무대화해 역수출하는 작업이다. 지난해 폴란드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마리 퀴리’가 대표적이다. 여성 이민자란 사회적 편견 속에 최초로 노벨상을 2회 수상한 폴란드 과학자의 인생 역정을 자막을 붙인 한국어 공연으로 펼쳤다. 폴란드 관객의 눈물 어린 공감과 함께 최고 영예인 황금물뿌리개상을 받았다.

현지 공연에 참여한 배우 김히어라는 “현지분들이 고마워했다. 폴란드의 정서와 아픔을 어떻게 폴란드인보다 더 잘 표현했는지 궁금해서 대한민국을 찾아본 이들도 많았다. 한국을 잘 몰랐는데 역사·문화의 공통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지난달 열린 K뮤지컬 마켓 행사에서 제2의 ‘마리 퀴리’ 가능성을 타진하면서다. 불과 20년 만에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한국 뮤지컬 제작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경과 민족을 넘어서는 콘텐트의 힘, 그것은 결국 인간과 역사에 대한 존중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