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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 보며 '회크닉' 금지령에…부산 '핫플' 엇갈린 희비 [르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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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구역으로 지정된 부산 민락수변공원에 지난 2일 관련 현수막이 게시돼있다. 위성욱 기자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부산 민락수변공원에 지난 2일 관련 현수막이 게시돼있다. 위성욱 기자

지난 2일 오후 8시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민락수변공원. 지난 1일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공원 입구로 들어서자 곳곳에 ‘주류반입 금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이곳은 금주 구역으로 지정돼 음주 시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방송도 주기적으로 들렸다.

공원 안에는 몇몇 시민이 모여 앉아 광안대교와 해운대 고층빌딩 야경을 바라보며 회나 매운탕을 콜라 등 음료수와 함께 먹고 있었다. 또 다른 시민은 바닷바람을 쐬며 산책하거나 달리기를 했다. 하지만 그 수는 손으로 헤아릴 정도여서 노란 조끼를 입고 음주를 단속하는 구청 공무원이나 경찰 등이 더 많이 보일 정도였다.

 금주구역으로 지정되기 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 방문객들이 빽빽하게 둘러앉아 술과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 수영구

금주구역으로 지정되기 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 방문객들이 빽빽하게 둘러앉아 술과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 수영구

음주를 허용했던 지난달 말까지와 비교해보면 ‘썰렁하다’고 할 정도로 사람이 준 모습이었다. 친구들과 이곳을 찾은 박연수(45·여)씨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가족이나 친구끼리 얘기를 나눌 수 있어 금주 구역 지정이 반갑기도 하지만 인근 횟집에서 회 한 접시를 가져와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낭만은 사라진 것 같아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광안대교 야경과 밤바다를 보며 ‘회(膾)크닉’(생선회+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부산의 핫플레이스로 여겨졌던 민락수변공원이 음주 청정지역으로 바뀌면서 환영과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 2일 저녁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부산 민락수변공원의 한산한 모습. 위성욱 기자

지난 2일 저녁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부산 민락수변공원의 한산한 모습. 위성욱 기자

민락수변공원은 1997년 문을 연 이후 2010년부터 광안대교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찾았다. 특히 공원 인근에 있는 회센터에서 싼 가격에 회를 떠 오거나 배달을 시켜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어느 순간 ‘술변공원’이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고성방가와 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게 됐고, 구청과 시청 게시판 등에는 관련 민원이 계속 제기됐다. 결국 수영구의회에서 지난해 10월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통과되면서 민락수변공원이 금주 구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2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있는 민락회센터 내부 모습. 위성욱 기자

지난 2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있는 민락회센터 내부 모습. 위성욱 기자

시민 반응은 엇갈린다. 회사원 김영수(54)씨는 “몇만 원이면 회 한 접시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밤바다와 야경을 볼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주부 신지영(38)씨는 “여름이면 산책을 나왔다가 소음과 쓰레기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녔는데, 그런 모습이 싹 사라져 다행이다”고 말했다.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공원이 금주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수변공원 앞 회센터는 발길이 뜸했다.

이곳에서 고깃집을 하는 한 상인은 “수변공원 인근 식당에서 1차를 하고 2차로 수변 공원에 회와 술을 사서 가던 사람이 많았는데 금주구역이 되면서 상권이 폭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실제 수변공원 인근 횟집 관계자 7~8명이 지난 1일 오후 금주구역 지정에 항의하며 구청 공무원과 실랑이가 붙으면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한 횟집 주인은 “주말과 휴일 밤 시간대 손님이 95%가량 줄었다”며 “코로나19 3년을 버티고 올해부터 장사를 좀 해보려고 했는데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문을 닫아야 할 가게가 여럿 나오게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금주구역 지정된 부산 민락수변공원의 모습. 금주구역 지정에 따라 공원 내부에 술을 들고 들어갈 수 없다. 위성욱 기자

지난 2일 금주구역 지정된 부산 민락수변공원의 모습. 금주구역 지정에 따라 공원 내부에 술을 들고 들어갈 수 없다. 위성욱 기자

반면 인근 아파트 상가나 ‘민락 더 마켓’ 등은 대조적이었다. 금주공원에서 술을 마실 수 없게 되자 간단한 요기를 한 뒤 인근 상가 등으로 술을 마시러 가는 ‘풍선효과’가 생긴 것이다.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광안리해수욕장 옆 민락회센터 등에도 예년보다 손님이 줄었지만, 수변공원 앞 회센터보다는 분위기가 나아 보였다.

수영구 관계자는 “앞으로 클래식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콘텐트를 마련하는 한편 ‘음주 청정 구역’에 어울리는 환경 개선 사업을 하면 방문객이 늘어나 주변 상권도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저녁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부산 민락수변공원의 한산한 모습. 위성욱 기자

지난 2일 저녁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부산 민락수변공원의 한산한 모습. 위성욱 기자

이처럼 야외 특정 공간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된 근거는 2020년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이다. 전국에서 비슷한 조치가 잇따른다. 서울 중랑구는 지난 4월 지역 대표 복합문화공간인 면목역광장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침을 세웠다. 인천 동구 또한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강원 원주시는 최근 도시공원 등 89곳을, 경남 김해시는 142곳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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