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61억 '인민 호날두' 사라졌다…CNN 추적한 마지막 행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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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 AP=연합뉴스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 AP=연합뉴스

미국 CNN 방송이 뛰어난 축구 실력으로 유럽 리그까지 진출하며 ‘인민 호날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가 국제 축구 무대에서 사라진 북한 국가대표 축구선수 한광성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한광성은 2020년 카타르에서의 활동을 끝으로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5대 유럽리그서 골 넣은 최초 北 선수…카타르 이적료 61억원

CNN은 1일(현지시간) ‘이 북한 선수는 축구계를 놀라게 하곤 사라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광성은 유럽 5대 축구 리그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북한 선수로, 2019년 이탈리아 빅클럽 유벤투스로 이적해 충격을 줬다”며 한광성에 대해 소개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동했던 한광성의 최전성기는 단연 유벤투스에서다. 그는 페루자 구단 임대를 거쳐 2020년 세리아A의 명문인 유벤투스로 이적했고 데뷔 두 경기 만에 첫 골을 터뜨리며 활약했다.

불과 일주일 지난 시점 카타르 알두하일 구단에 팔려갔지만, 2023∼2024년 시즌까지 5년간 460만 달러(약 61억원)에 달하는 이적료가 지불됐다는 점에서 그가 가치가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벤투스로 이적한 당시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 사진 유벤투스 트위터 캡처

유벤투스로 이적한 당시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 사진 유벤투스 트위터 캡처

외신들 “대북 제재로 北 돌아간 듯” 추측…한동안 로마 머물러 

하지만 한광성은 카타르에서도 오래 뛰지 못했다.

2020년 8월 21일 21살이던 그는 알아흘리를 상대로 한 시즌 마지막 경기에 나왔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챔피언’이라고 쓰인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이후 종적을 감췄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그가 대북제재 명단에 올라 있던 까닭에 점점 출전이 어려워졌고, 경기에서 뛸 수 있는 새로운 팀을 해외에서 찾지 못하게 되자 북한으로 돌아가게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몇 개월 뒤 나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 26일 한광성은 알두하일과의 계약이 종료된 후 카타르에서 추방됐다.

당시 한광성이 카타르의 한 은행과 거래하면서 “어떤 경우에라도 어떤 돈도 북한에 송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한 것도 파악됐다고 CNN은 전했다.

이후 한광성은 카타르 도하에서 로마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한광성은 2021년 평양행 비행기 노선 운항이 재개되기를 기다리며 한동안 로마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외무부와 세계축구연맹(FIFA)은 한광성의 거취와 관련한 CNN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 중인 북한 축구대표팀 한광성(이탈리아 페루자)이 2019년 1월 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SSAD 알 맘자르 훈련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 중인 북한 축구대표팀 한광성(이탈리아 페루자)이 2019년 1월 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SSAD 알 맘자르 훈련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바르셀로나 유학 때부터 두각…“매우 훌륭한 선수”  

한광성의 세계 진출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권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체육강국’ 구상에 따라 엘리트 축구선수 육성을 목표로 평양국제축구학교를 설립했다.

개교 후 얼마 뒤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각각 14명, 15명의 학생이 북한 지원을 받아 유학을 떠났다. 스페인 바로셀로나로 유학 간 한광성도 이 중 한 명 이었다.

그는 2015년 ‘이탈리아 사커 매니지먼트’(ISM) 캠프에 참가해 현지 축구 관계자들의 눈에 띄었다. 칼리아리 유소년 코치였던 막스 칸지는 CNN 인터뷰에서 “한광성이 훈련하는 모습을 본 지 20분 만에 동료 코치 마리오에게 ‘그는 매우 훌륭하다, (1부로)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칸지는 한광성이 이탈리아어를 빨리 습득했다고도 전했다.

북한 한광성 사진 칼리알리 홈페이지

북한 한광성 사진 칼리알리 홈페이지

또 유소년팀 동료였던 니컬러스 페닝턴은 “수줍지만 좋은 사람이었고, 정말로 뛰어난 선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광성은 북한과 관련한 거듭된 질문에는 매우 조심스럽게 반응하며 거의 아무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페닝턴은 “한번은 한광성이 가족에 대해 얘기하며 그립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는 집에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는데, 아마 귀국했다가 다시 이탈리아로 나오는 것이 어렵기 때문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런 한광성을 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지도자들은 국제 무대에서 사라진 한광성에 대해 아타까움을 드러냈다.

북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예른 안데르센은 “한광성이 축구를 그만둬야 했다는 것은 유감”이라며 “그에게는 대단한 재능이 있었다”고 말했다.

칸지 전 코치는 “그가 떠나지 않았더라면 좋은 커리어를 유지하고 연봉도 많이 받았을 것”이라며 “복귀한다면 그때 그 경기력을 다시 끌어올리기는 힘들 수 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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