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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없애더라도, 수능 적정 난이도는 유지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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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호 09면

사교육 대책, 전문가 진단

킬러 문항 출제 배제’를 발표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수능 강의를 제작하는 EBS 본사를 찾았다. [연합뉴스]

킬러 문항 출제 배제’를 발표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수능 강의를 제작하는 EBS 본사를 찾았다. [연합뉴스]

성기선 가톨릭대 교직과 교수는 지난달 2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 논란으로 허비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년의 출제기준을 토대로 적정 난이도를 유지한다는 수능의 기본 원칙을 지켜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는 데 집중할 때”라고 덧붙였다. 2021년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성 교수는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줄여 사교육비를 절감한다는 발상은 지엽적인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킬러 문항이 사교육의 원인이라면 일명 ‘물수능’ 이후엔 사교육비가 줄어야 하는데 지난 10여 년 동안의 통계를 보면 수능 난이도와는 무관하게 사교육비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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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선

성기선

수능 몇 달 앞두고 혼란스럽다.
“수능은 기본적으로 4년 전에 예고하는 룰이 있다. 안정적으로 가도록 하는 게 평가원의 일이다. 예년의 출제기준 유지하면서 적정 난이도 유지하겠다가 기본 문구다. 어렵든, 쉽든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썬 명료성이 떨어진다. 남은 기간 안정적으로 수능을 치르게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수능에서 킬러 문항 비중이 큰가.
“수능 문항은 정규분포에 맞춰 일종의 피라미드 구조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초고난도 문항부터 고난도·중난도·저난도 문항을 고루 배치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수험생을 9등급으로 나눈다. 이때 등급별 비율은 각각 상위 4%(1등급), 7%(2등급), 11%(3등급)으로 이어진다.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은 매년 이러한 등급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그럴 필요 없이 절대평가하면 좋은데 수능의 성격이 상대평가를 전제로 하다 보니 문항별 난이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등급 비율이 무너지면 물수능, 엄격하게 지켜지면 불수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평가원장으로 2018학년도 수능부터 4년 해보고 모의수능도 6~7번 해봤는데 예측대로 나왔을 때 대체로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게 수능의 본래 목적이다.”
교육부는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에서 내는 게 ‘킬러 문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어의 경우 교과서 지문 내 출제가 원칙이라는데.
“현재 검정교과서가 10여 종인데 이 중 한 교과서에 나온 지문을 수능에 출제하면 나머지 9종을 공부한 학생은 어떻게 되느냐. 수능은 지식이 아니라 대학에서 학습할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교과서뿐 아니라 EBS 교재 등 교육과정에 적합한 다양한 지문을 계속 읽고,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교과서 지문만 쓰라는 건 94학년 수능 이전 세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킬러 문항을 줄이면 변별력은 어떻게 확보하나.
“그게 난감한 지점이다. 평가원장 시절 모의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을 줄였더니 체감 난이도는 훨씬 올라갔다. 상위권 변별을 위해서는 고난도 문항이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중상위권 학생의 경우 일단 풀 수 있는 중·고난도 문항까지 빨리 풀고 킬러 문항은 마지막에 남기는데, 시간이 없어 아예 손도 못 댄 것이다. 이번 입시에는 킬러 문항 없이 치르는 테스트베드가 9월 모의수능 하나뿐이다.”
교육부는 ‘출제 기법의 고도화’를 통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장관도 모르는 추상적 용어가 아닌가 싶다. 명확한 개념을 토대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문제를 내는 게 고도화 전략이라면 평가원이 이미 지난 30년간 충분히 해왔다. 단순히 방법을 꼬아서 문제를 내는 건 고도화가 아니라 비교육적인 방식이다.”
킬러 문항 배제로 사교육이 줄까.
“좋은 대학 가려고 어릴 때부터 경쟁하는 게 현 실태다. 실제로 특목고·자사고 보내려고 초·중학교 사교육비가 더 많이 든다. 수능이 어려워서 그렇다는 건 말이 안된다. 일본은 유치원 입학을 위한 2~3세 대상 사교육도 있다. 나중에 같은 재단 사립대 입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체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초고난도 문항도 사교육을 부르는 문제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특목고·자사고는 확대한다면서 킬러 문항을 공공의 적으로 취급하는 건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앞으로 대입 제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내년 2월까지 2028학년도 대입 제도를 확정해야 한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지금보다 과목 수가 50~100% 늘어나는데 현 수능 체제로는 평가가 어려울 것이다. 중2 밑으로는 수능을 유지할지 변형할지부터 큰 문제인데 온통 킬러 문항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육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고교학점제에 맞는 입시제도 마련에 집중할 때다. 올해 수능은 킬러 문항 배제 논란으로 난이도는 평이해질 전망이다. 출제자들은 기존 기조를 지키는데 집중하고, 학생들 역시 동요되지 않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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