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때 소수인종 우대는 위헌"…뒤집힌 판결에 두쪽 난 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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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인종 우대정책이 위헌이라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온 29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는 이에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모여 집회를 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위헌이라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온 29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는 이에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모여 집회를 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선 두 무리의 시위대가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며 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위헌이라는 연방대법원 결정을 놓고 모인 찬반 시위대였다.
한 아시아계 여성은 "인종에 기반한 차별을 멈추라""다양성≠피부색"이라는 손팻말을 흔들며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반겼다. 다른 흑인 여성들은 그를 향해 "다양성과 기회가 정의""소수인종 우대정책 찬성"이라는 손팻말을 들이밀며 구호를 외쳤다.

이날 판결을 두고 두쪽으로 갈라진 것은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전통적으로 흑인 지지 기반을 가진 민주당에선 연방대법원 결정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바이든 대통령은 "법원의 결정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수십 년에 걸쳐 이룬 진보를 되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6대 3으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우세한 연방대법원을 두고서는 "정상적이지 않다"고까지 했다.
그는 "대법원이 판결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이 상징하는 것까지 바꿀 수는 없다"면서, 교육부에 다양성을 확대할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 과정에서) 다양성을 확대할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 과정에서) 다양성을 확대할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그간 자신들을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수혜자라고 밝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도 성명을 통해 여론전에 참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모든 정책이 그렇듯 소수인종 우대정책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나와 미셸 같은 학생들에게 여러 세대에 걸쳐 소속감을 줬다"며 "지금 젊은이들에게도 마땅히 누릴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셸 오바마는 대학 캠퍼스에서 몇 안 되는 흑인 학생이었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자신의 미래를 궁금해할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반면 공화당 쪽에선 이번 판결로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폐기된 것을 열렬히 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미국을 위해 훌륭한 날"이라며 "완전히 능력에 기반한 제도로 돌아가는 것이며 이게 옳은 길"이라고 밝혔다.

이날 위헌 결정에 찬성한 대법관 6명 중 3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는 "오늘의 판결을 끌어낸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하는 데 역할을 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종차별을 고착화하기만 한 입학 절차를 연방대법원이 끝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일한 흑인 공화당 상원의원인 팀 스콧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오늘은 미국에 좋은 날"이라면서 "피부색이 아닌 인격으로 판단하라는 게 우리 헌법이 요구하는 바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정책 위헌 결정을 두고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날카로운 말들이 오갔다. 특히 보수 성향의 흑인 남성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앞줄 왼쪽 두번째)과 진보 성향의 흑인 여성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뒷줄 오른쪽)은 실명을 언급하며 서로를 비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정책 위헌 결정을 두고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날카로운 말들이 오갔다. 특히 보수 성향의 흑인 남성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앞줄 왼쪽 두번째)과 진보 성향의 흑인 여성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뒷줄 오른쪽)은 실명을 언급하며 서로를 비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찬반 의견을 낸 대법관 사이에서도 이례적으로 날카로운 말들이 오갔다.

특히 보수 성향의 흑인 남성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과 진보 성향의 흑인 여성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실명을 거론하며 서로를 비난했다.

먼저 토머스 대법관은 보충의견에서 소수인종 우대 입학제도를 비판하며 "인종 차별을 겪은 이들의 피해와 고통은 이해하지만, 모든 이가 법 앞에서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헌법에 명시된 원칙에 따라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잭슨 대법관을 직접 겨냥해 "노예제라는 원죄가 오늘날까지 우리 삶을 결정하며, 여전히 근본적인 인종차별 사회에 갇혀 있다는 시각으로 사물을 본다"면서 "모든 흑인에게 피해자라는 꼬리표를 붙이려는 그의 열망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일대 로스쿨 출신의 토머스 대법관은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수혜자이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불리한 대우를 받았다고 자서전에서 밝힌 바 있다.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이 정책 수혜자들은 능력이 부족할 것이란 선입견 탓에 로펌 취직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발표되는 동안 잭슨 대법관은 굳은 얼굴로 정면만 바라봤다고 CNN은 전했다. 잭슨 대법관의 반박은 판결문 각주를 통해 이뤄졌다.

그는 토마스 판사와 같은 이들이 '인종에 대해선 더 생각하지 말라'고 요구한다면서 "하지만 이는 미국의 잠재력을 줄곧 가로막은 인종 간 격차라는 '방 안의 코끼리'에 눈 감으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소송 대상이 됐던 대학들도 성명을 내고 연방대법원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하버드대는 "대법원의 결정을 확실히 따를 것"이라면서도 "(다양성이라는) 하버드의 가치를 함께 지키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UNC)는 "우리가 바랐던 결과는 아니지만 다른 관점과 경험을 가진 재능있는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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