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Food] 당신의 맥주 취향을 찾고 싶다면?탄산·향·개성 중 하나 고르는 것부터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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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끝자락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 백문이불여일‘식(食)’ 최소 두 번은 마셔봐야

‘하루 끝자락에 마시는 차가운 맥주야말로 삶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지도 몰라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 『태엽 감는 새』에서 맥주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렇다. 맥주는 때론 위로를, 때론 즐거움을 선물한다. 하지만, 그 선물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다. 선물이란 받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 편의점의 냉장고를 가득 채운 수많은 맥주 속에서 단번에 취향에 맞는 맥주는 고르는 건 무척 고난도다. 나의 맥주 취향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도전’을 꼽았다. 미국의 맥주 전문가 ‘시서론’이자 셰프인 손봉균 심플잇 대표는 “백문이불여일‘식(食)’!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직접 마셔보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물론 한 번에 만족할 순 없다. 브루마스터 윤정훈 오비맥주 상무는 “계절(온도)과 환경에 따라 맥주에 대한 취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최소 두 번은 시도해보라”고 권한다. 맥주 취향을 찾고 싶다면 탄산·향·개성 중 하나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맥주는 탄산이지 !

“맥주는 입이 아닌 목구멍으로 마시라”
입안부터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온몸에 퍼지는 탄산의 시원함은 맥주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탄산이 주는 청량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역시 ‘라거’다. 적당한 탄산은 기본이고 특유의 청량감과 목 넘김이 좋다.

부루구루의 박상재 대표는 “벌컥벌컥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한 번에 여러 캔을 마시는 편이고, 청량감과 탄산감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라거를 고르라”고 말한다. 독일 쾰른 지방에서 만든 맥주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인, 쾰시도 탄산과 깔끔함이 특징이다.

“맥주는 입이 아닌 목구멍으로 마시라”는 가수 성시경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다. 맥주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게 바로 목 넘김이니까. 그중에서도 부드러운 목 넘김은 맥주들이 강조하는 매력 중 하나다. 그렇다면 독일식 또는 미국식 밀맥주를 추천한다. 탄산은 적당하고, 끝 맛이 청량하게 마무리돼, 크게 호불호가 나뉘지 않는다.

맥주의 강하고 쌉싸래한 맛은 보통 홉에서 결정된다. 일반적인 라거가 밋밋하게 느껴진다면, 홉 특유의 짙은 풍미를 느낄 수 있는 필스너와 IPL이 답이다. 필스너는 일반 라거보다 더욱 강하고 씁쓸한 맛이 매력적이다. IPL도 적당한 탄산, 진득한 풍미, 쌉싸래함이 특징이다.

향이 먼저야 !

맥주의 향은 맥아·효모 등에 따라 달라져
‘딸각’ 맥주캔을 땄을 때, 은은하게 퍼져 제일 먼저 느끼는 것도,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 후 입안에 남는 것도, 향이다. 이 때문에 향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뉜다. 맥주의 향은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몰트), 그리고 맥주의 발효를 돕는 효모 등에 따라 달라진다.

후덥지근한 여름엔 오렌지·자몽·파인애플 향이 나는 아메리칸 페일에일과 세션 IPA를 추천한다. 오리지널 수제 맥주의 대표 주자인 아메리칸 페일에일은 감귤 향과 화사한 향, 여기에 살짝 달콤한 맛, 쌉싸름한 마무리가 조화를 이룬다. 세션IPA는 취하지 않게 마신다는 개념의 세션 비어를 덧붙여 만들어, 적당한 쓴맛과 홉 특유의 향을 담고 있다.

향긋한 맥주를 말할 때 벨기에식 밀맥주를 빼놓을 수 없다. 효모가 발효하면서 생기는 오렌지 껍질과 고수, 향신료 향이 특징이다. 여기에 밀 맥아가 주는 거품과 그로 인한 부드러움도 매력적이다.

맥주의 향을 음미하며 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이런 날은 캐러멜과 커피, 초콜릿과 마치 다크 초콜릿을 떠올리게 하는 달콤함과 씁쓸함을 느낄 수 있는 다크 에일이 딱이다. 진한 몰트 향에, 검은빛과 갈색의 거품, 보는 것만으로도 진함이 느껴지는 흑맥주도 있다.

개성은 기본, 재미는 덤 !

강력한 한 잔이 떠오를 땐 도수 높은 맥주 고르길
냉장고 속 맥주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일탈이 필요하다. 이땐 라벨이 힌트다. 눈에 띄는 디자인부터, 종류, 도수까지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맥주의 도수는 4~13%로 그 폭이 생각보다 큰데, 강력한 한 잔이 떠오를 땐 도수가 높은 맥주를 고르길. 보통 알코올 도수가 8%를 넘는 맥주는 몰트의 진한 향과 풍미가 입안을 묵직하게 채워준다. 만약 이름 앞에 ‘임페리얼’이 있다면, 도수가 높다는 뜻이다.

반대로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도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바로 무알콜이다. 탄산 특유의 시원함은 느낄 수 있는 데다, 일반 맥주보다 칼로리가 낮고 인터넷 구매도 가능하니 꽤 괜찮은 대안이다.

보이면 쟁여둬야 하는 맥주도 있다. 품절 대란을 일으킨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처럼. 펍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부드러운 거품을 자랑한다. 외국에선 양조장에서 맥주를 처음 공개하는 날 맥주 애호가(맥주덕후)들의 오픈런은 익숙한 모습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종종 오픈런을 볼 수 있다고. 크래프트브로스 브루잉의 라이프 IPA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손 대표는 “편의점에서 주문이 되는 만큼 보면 꼭 쟁여두라”고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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