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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실 학대’ 아영이…4명에 생명 나누고 떠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2019년 부산시 동래구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 A씨가 생후 5일 된 아영이를 거칠게 다루고 있다. 아영이는 두개골 골절과 뇌손상으로 치료를 받다 지난 28일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

2019년 부산시 동래구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 A씨가 생후 5일 된 아영이를 거칠게 다루고 있다. 아영이는 두개골 골절과 뇌손상으로 치료를 받다 지난 28일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

태어난 지 닷새 만에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에 빠졌던 세 살 어린이 아영이가 지난 28일 세상을 떠났다.

아영이는 마지막 가는 길에 심장과 폐, 간, 신장을 기증해 또래 환자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아영이 부친은 “지난 23일 아영이 심장이 갑자기 멈췄다. 심폐소생술로 심장 기능을 회복했지만, 심정지 충격으로 어제(28일) 최종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영이는 생후 5일만인 2019년 10월 20일 부산시 동래구 산부인과 신생아실 바닥에 떨어져 두개골 골절로 의식을 잃었다. 30대 간호사 A씨가 2019년 10월부터 신생아 14명을 20여 차례 학대한 정황이 드러났다. 신생아 다리를 잡아 거꾸로 들어올리고 흔드는 등 상식을 벗어난 방법으로 학대한 A씨는 당시 임신 상태였다.

검찰은 아영이 또한 A씨 학대 행위 탓에 머리를 다쳐 뇌가 손상된 것으로 보고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임신 상태에서 3일 연속 밤 근무를 해 스트레스가 컸다”며 “(아영이 상해는) 태생적인 문제이거나, 다른 간호조무사 때문에 생긴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본인 처지가 힘들고 고달프다는 것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라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A씨는 신생아를 거꾸로 잡고 흔드는 등 반인륜적 학대 행위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위중한 상태에 놓인 자식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 마음을 헤아리기조차 힘들다”며 지난해 7월 22일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리고 지난달 대법원은 A씨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년형을 확정했다.

아영이 부친은 사건 발생 1년이 지났을 때 나눈 인터뷰에서 “뇌세포가 거의 다 죽어 MRI를 찍으면 아이 머리속이 새까맣게 나온다. 의사들은 심장이 뛰고 있는 게 기적이라고 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병원에서 특별히 할 수 있는 처치가 없던 아영이는 집에서 지내며 필요할 때 통원치료를 받았다. 관을 통해 힘겹게 우유를 넘겨 왔다.

아영이 부친은 “그동안 아영이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또 “아이가 세상에 온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아영이가 어디선가 다른 몸에서 살아 숨 쉬길 바라고 다른 이를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장기기증을 위한 수술은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진행됐다. 빈소는 양산부산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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