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네번째 변론기일.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자리해 있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변론이 끝났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오후 마지막 변론기일을 열고 최종 진술을 들었다. 선고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헌법재판소법은 사건 접수 180일 이내에 선고하도록 하고 있어 8월 7일 이전에 결정이 나올 예정이다.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 측은 이 장관의 행위가 헌법 10조(행복추구권 보장 의무), 헌법 34조(재해 예방, 국민보호 의무)에 위배되고, 국가공무원법·재난안전법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이날 이 장관은 헌재에 따로 출석하지는 않았다.
국회 측 “경찰국 만들 땐 지휘·감독 필요하다더니”
양측은 마지막까지 사실관계를 놓고 다퉜다. 이 장관 측은 “행정부의 총괄 조정 권한은 다른 기관을 지휘·통제하기 위해 부여된 권한이 아니다”라며 경찰·소방을 지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정부가 지난해 6월 행안부 내 경찰국을 신설할 때 ‘비대해진 경찰 감독을 위해 상시적 지휘 필요성’을 내세운 점을 지적하며 “이제 와서 경찰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없다고 하는 건 이율배반”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측은 참사 당시 재난안전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거론했다. 하지만 이 장관 측은 “당시 경찰은 8862초, 소방은 1만3276초 활용했다”며 “기관 간 소통에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소방이 현장 영상 송출에 실패했다는 부분에 대해 이 장관 측은 “소방의 기기는 업데이트 전이라 영상 송출이 안 되는 기기였고, 일반 휴대전화로 영상을 송출하려다 트래픽 폭주로 안됐던 거라 재난안전통신망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골든타임 지났던 것 같다’ 발언은 잘못… 그러나 탄핵사유인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9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에 출석해 있다. 김종호 기자
이 장관의 참사 당시 언행이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놓고도 공방이 오갔다. 경찰 최초 출동이 다소 지연됐다거나, 이 장관이 “골든타임이 지났던 것 같다”고 말한 점 등은 이 장관 측도 인정했다. 다만 이런 내용이 탄핵 사유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 장관 측 윤용섭 변호사는 “탄핵은 공직자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하는 비상적 수단”이라며 “(이 장관은) 이 사건 참사 직무수행 과정에서 헌법과 재난안전법을 준수했고, 헌법질서에 역행하는 적극적인 의사나 행동은 없었으며, 직무수행을 의도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하지도 않아 파면의 필요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측 장주영 변호사는 “탄핵사유는 고의나 의식적 방임뿐 아니라 과실·무지·부지에 의한 법률 위반도 포함한다”고 맞받았다.
이후 최종진술에 나선 이 장관 측 안대희 전 대법관은 “(청구인 측이) 탄핵제도를 법적 책임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제도로 변질시켜 법치주의에 반하는,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27일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가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심판정에는 이태원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이정민씨가 출석해 10분 정도 의견을 진술했다. 이씨는 “제 딸은 결혼 준비 중이었다”며 “딸의 남자친구에게서 전화를 받고 이태원으로 갔고, 딸의 남자친구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을 봤다”며 울먹였다. 이어 “어떤 희생자는 23시 35분까지 (맥박 측정기 수치) 65를 유지하다가 기계 줄이 풀려 신호가 끊기는 걸 확인했다고 한다”며 “골든타임이 지났다고요? 행안부가 그걸 어떻게 확신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씨는 또 “참사 후 기사를 통해 나온 이상민 장관의 발언은 유가족에 대한 어떤 예의와 배려·존중도 없는 ‘2차 가해’였다”며 “집회 단속과 대통령 경호에만 온 관심이 집중돼있었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행안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을 수호하고 지키는, 대통령을 위한 행안부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을 담고 있는 자료 확보를 위해 헌법재판소는 서울서부지검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사건 기록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은 수사중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참사 현장의 소방대원 진술, 희생자 사망 추정시간 등 자료가 확보되지 않은 채로 심리가 진행됐다.